1. 돈이란 무엇인가? 돈에 대한 욕심은 왜 끝이 없을까? 지오르그 짐멜은 돈이란 '추상적이고 보편 타당한 매개형식'이라 말했다. 돈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하나의 매개체다. 이러한 돈은, 물질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오늘날에는 그 발행이 무한하기도 한), 하나의 보이는, 그러나 곧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다음은 <돈의 인문학>에 나오는 돈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인간은 절대로 혼자 살 수 없는 동물로서 어떤 식으로든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익명적인 환경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빈번하게 교섭하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충족시킨다. 전통사회에서라면 오랫동안 맺어온 교분과 신뢰가 그 바탕이 되겠지만, 현대의 도시에서는 인격적인 관계가 전혀 없이도 교환과 협업이 이뤄진다. 그 매개가 되는 것이 바로 돈이다. - 김찬호 <돈의 인문학>, 문학과 지성사(이하 모두 같은 책)
돈은 물질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미디어다. 개인과 세계를 묶어주는 사회 시스템이다. 근대사회 이후 그 작동의 범위가 급격하게 넓어지면서 돈의 힘이 점점 막강해졌다
돈에 대한 욕망은 왜 끝이 없는가. 돈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갑이나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은 분명히 물질로 만들어졌지만, 그것은 돈의 표시일 뿐 돈 그 자체는 아니다. 돈을 숭배하는 풍조를 가리켜 ‘물질만능주의’라고 표현하는데, 본질을 놓친 개념이다. 우리가 만일 물질을 추구한다면 음식이나 옷을 끝없이 확보하고 비축해야 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돈을 ‘무한히’ 축적하는 사람을 가리켜 이 세상 누구도 비정상이라고 하지 않는다. 돈에 대한 욕망은 맹목적이다. 돈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은 절대적인 의지처가 될 수 있다. 다른 것들이 허망하게 유실된다 해도 돈만큼은 변치 않는 가치의 원천으로 남는 것이다. 돈은 어떠한 인간관계에서도 통용되는 힘이고, 외국에서도 효력을 상실하지 않는다. 맥락에 구속받지 않을 뿐 아니라 세월의 풍화작용에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다. 그 무소불위의 절대자인 돈을 붙들고 있음으로써 우리는 불멸의 환상을 누릴 수 있다.
2. 고대인들이 현대인들과는 다르게 돌이나 조개, 소금 등을 돈으로 활용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샐러리(salary)는 로마 시대 소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만든 '비아 살라리아 Via Salaria'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당시 로마 군인들은 소금을 급여로 받았다고 한다. 이후, 본격적으로 청동, 은, 금으로 된 금속 화폐가 주조되기 시작하며, 옷, 식량 등의 물품 화폐가 함께 통용되었다. 그러다 화폐가 등장했고, 현 화폐 질서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 금본위제를 폐지하며, 본격적인 신용 화폐가 대두되었다.
3. 오늘날 돈은 모든 것의 매개체이며, 동시에 생존과 삶의 매개체이기도 하다. 돈이 없이는 살 수 없다. 돈보다는 사람이다, 사회다 라고 할 수 있는 것도 기초적인 의식주가 보장되어야 할 수 있는 말이다. 대안은 없는 것일까? 전혀 다른 듯 해보이지만, 그 대답은 거의 비슷한 다음의 두 질문이 일종의 통찰을 제공한다.
- 이 세상에 돈이 아무리 많아도 얻기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
- 이 세상에 돈이 한 푼도 없어도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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