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세계 여행기 S1 (完)
인도 여행 후기, 그리고 예기치 않은 귀국 ⏐ 세계 여행 D+68
지독한 편견을 갖고 시작했던 인도 여행 후기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돌아본 나라라고는 인도 하나가 전부이지만, 이번 여행은 인도에 대한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호기심과 경계의 대상이기만 했던 인도인들의 삶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되며, '인도인'이기 이전의 인도 '사람'으로서 그들 삶의 결을 엿볼 수 있었다. 이른 새벽, 기차 안을 누비며 사모사와 짜이, 물병들을 분주하게 파는 이들. 역을 나서면 어김없이 달려들어 '마이 프렌드'라고 외치며 목적지를 물으며 달려드는 릭샤 운전수들. 정찰제가 아닌 물건을 살 때면, 세 배, 네 배 이상은 일단 부르고 보는 뻔뻔한 상인들. 그리고, 그들이 아버지, 또는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들. 첫 인도 여행에서는 사기를 당했고, 그..
취중진담 ⏐ 인도 여행 ⏐ 세계 여행 D+55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그의 눈에 자꾸만 눈물이 고이려 했다. 이제껏 약한 모습을 보인적 없는 그가 그토록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누군가 눈물을 보일 때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었기에 그저 가만히 옆에 있는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건 떠나면서 동시에 돌아가는 일이리라. 상처로부터, 아픔으로부터 벗어나 조금 더 괜찮아진 채로, 아니 어쩌면, 지난 경험들을 조금은 희미하게 만들어 줄 더 괜찮은 경험, 기억들과 함께 말이다. 그와 맥주를 마시며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눈다음 숙소로 돌아왔다. 누군가의 지난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러니까 지난 시간의 궤적을 어제와 같은 오늘의 모습에서 발견하게 될 때면, 관계는 한층 애틋해지곤 한다. (관계에 있어..
함피 여행: 무너진 옛 왕조의 폐허 둘러보기 ⏐ 인도 여행 ⏐ 세계 여행 D+45
론리플래닛이 뽑은 최고의 인도 관광지 함피. 어떻게, 이 자리에, 이렇게 있는지 당췌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바위들과 옛 왕조의 건축물들이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다. 함피 역사 함피는 14세기부터 16세기까지 인도의 마지막 힌두 왕조인 비자야나가르(Vijayanagar)의 수도였다. 현재는 관광객들을 위한 유적지(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이자 히피들의 성소가 되었지만, 당시엔 5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았던 곳이라 한다. 당대 뛰어난 건축물들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불렸다고 한다. 비자야나가르는 인도의 최대 힌두 제국이자 마지막 제국이었는데, 마두라이 술탄과 치열한 전투 끝에 남인도에서 이슬람 제국을 몰아냈다. 이후 15세기 말 포르투갈의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로 가는 신항로를 개척..
함피, 호스펫, 마이소르 ⏐ 인도 여행 ⏐ 세계 여행 D+49
인도 함피를 떠나 지금은 마이소르에 있다. 함피 여행에 대해 쓸말은 많으나 지금은 너무 늦은 시간이니 간략히 어제와 오늘 하루에 대해 기록해 두려 한다.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는 것들이, 단지 내게서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서 사라진다는 것이 어딘가 아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호스펫에서 슬리핑 버스 타고 마이소르 함피를 생각보다 일찍 떠나게 된 이유는 호스펫으로 저렴한 값에 데려다 준다는 릭샤 아저씨 때문이었다. 호스펫에도 어디 죽치고 있을만한 곳이 있겠지 하고 기차 출발 8시간 전에 호스펫에 왔는데. 웬걸, 카페에 가도 눈치가 보여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기차역에 들어가서 가방을 베고 꾸벅꾸벅 졸다가 깨곤했다. 아, 릭샤 아저씨가 왜 싼 값에 데려다 준다 했냐면 말이다. 릭샤가 고장나서 ..
인도 고아 여행을 마치며: 흩어지는 것과 흩어지지 않는 것에 대하여 ⏐ 인도 여행 ⏐ 세계 여행 D+44
10여 일간의 고아 여행이 끝났다. 한적한 팔로렘 비치가 좋아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가 몸을 담갔다. 햇살을 머금고 일렁이는 파도는 어김없이 밀려와 하얀 포말을 내뿜으며 부서지기를 반복했다. 고아에는 관광객들이 참 많았다. 그들은 비키니나 반바지를 입고 팔로렘 비치를 누비며, 밀물과 썰물처럼 파도에 휩쓸려 바닷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이들의 등과 허리에서는 한 줄기 바닷물이 피부를 간질이며 주르륵 흘러내렸고, 강렬한 태양 빛에 짭쪼름한 소금기를 남기며 증발하곤 했다. 비치에서 어느 인도인 꼬마를 만났다. 해변에서 모래성을 만들고 있던 아이였다. 구덩이를 하나 파고 그걸로 성을 짓고, 거기에 작은 길을 내고, 또다시 지상으로 이어지는 큰길을 내던 아이는 통하지도 않는 힌디..
인도 고아 여행: 남부 비치 탐방기 (2) ⏐ 인도 여행 ⏐ 세계 여행 D+38
고아 팔로렘 비치에서의 4박 5일. 두 번째 남부 비치 탐방기를 올려 본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인도 고아 남부 비치 (러프한) 탐방기는 여기까지 우선 적어보려 한다. 순위 아닌 순위를 매겨보자면 다음과 같다. 아곤다 비치 - 해수욕, 레스토랑 팔로렘 비치- 해수욕, 레스토랑, 카약 콜라 비치 - 책 보고 멍때리기, 선텐 버터플라이 비치 - 사진 찍기 콜바 비치 - 북적북적, 액티비티 버터 플라이 비치 호스텔을 나와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버터플라이 비치였다. 왜 버터플라이 비칠까 싶었는데, 가는 길에 나비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이곳에 가려면 아곤다 비치를 지나야 했다. 길은 언덕으로 이어지며 비포장으로 변하다 결국 좁은 등산로가 되었는데, 어디까지 스쿠터를 끌..
인도 고아 여행: 남부 비치 탐방기 (1) ⏐ 인도 여행 ⏐ 세계 여행 D+37
인도 고아 남부의 팔로렘(Palolem)을 여행하기로 한 건 여러모로 좋은 선택이었다. 이곳 또한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지 않는 것이 전혀 아니지만, 북쪽의 안주나(Anjuna) 비치나 아람볼(Arambol)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곳이기 때문이다. 고아에는 수 많은 비치들이 있지만, 북쪽은 파티와 드링킹 분위기, 값싼 호스텔들이 많고 남쪽은 조용히 바닷가를 보며 맥주를 마시는, 분위기 좋은 숙소들이 더 많았다. 인도 고아 여행 정보 한 때 스리랑카의 영토였던 고아에는 수 많은 해변이 있으며, 해외 여행자들 뿐만 아니라 현지 인도인에게도 인기 있는 여행지다. 고아는 크게 북부(히피와 배낭 여행자들, 클럽, 요가)와 남부(상대적으로 더 조용하고 깨끗함), 중부(교회, 가트 등 역사 유적지)로 나뉜다...
인도 버스 타는 방법? 버스 정류장 위치: 뭄바이 - 고아 슬리핑 버스 ⏐ 인도 여행 ⏐ 세계 여행 D+33
인도 버스는 대체 어떻게 타는 걸까? 버스 정류장은 어디에? 뭄바이 호스텔을 나와 고아행 버스를 타러 갔다. 문제는 익시고에서 전달받은 버스 정류장 주소가 정말이지 부정확하기 그지 없었다는 것인데, 구글 맵에 검색해도 제대로된 장소가 나오지 않았다. 가령 내가 타야할 버스는 Neeta Volvo인데 정작 알려주는 지도 상에는 Neet’h’a 라고 되어 있었는데, 설상가상 인근 지역에 Neeta라는 이름을 가진 여행사들이 즐비하기도 했다. 그렇게 버스 출발 한 시간 전 내가 처음으로 도착해 본 곳은 Neeta Travel이었는데, 맙소사 그곳은 여행사라곤 하나도 없는 복잡한 사거리일 뿐이었다. 여행사에 전화를 해보니 힌디어로만 뭐라 하셨다. (...) 그렇게 점점 심장이 쫄깃해지는 찰나 동공을 크게 뜨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