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고아 남부의 팔로렘(Palolem)을 여행하기로 한 건 여러모로 좋은 선택이었다. 이곳 또한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지 않는 것이 전혀 아니지만, 북쪽의 안주나(Anjuna) 비치나 아람볼(Arambol)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곳이기 때문이다. 고아에는 수 많은 비치들이 있지만, 북쪽은 파티와 드링킹 분위기, 값싼 호스텔들이 많고 남쪽은 조용히 바닷가를 보며 맥주를 마시는, 분위기 좋은 숙소들이 더 많았다.
인도 고아 여행 정보
한 때 스리랑카의 영토였던 고아에는 수 많은 해변이 있으며, 해외 여행자들 뿐만 아니라 현지 인도인에게도 인기 있는 여행지다. 고아는 크게 북부(히피와 배낭 여행자들, 클럽, 요가)와 남부(상대적으로 더 조용하고 깨끗함), 중부(교회, 가트 등 역사 유적지)로 나뉜다. 여행 적기는 11월에서 3월 사이다.
고아 오토바이 렌트
아침으로 호스텔에서 주는 조식을 먹고 팔로렘 비치를 떠나 콜라(Cola) 비치와 아곤다(Agonda) 비치를 돌아보기로 했다. 숙소 근처에 있는 어느 렌탈 샵에 여권을 맡기고 300루피에 오토바이를 렌트할 수 있었다. 어느 인도인이 막 반납한 오토바이였는데, 기름이 없어 3L에 240루피를 내고 기름을 채웠다. 인도에서의 운전이라 걱정을 좀 했건만, 다행히 휴양지인 고아의 도로는 한산했고, 차들도 미친듯이 경적을 울려대지 않았다.
문제는 오토바이를 끌고 나가자마자 경찰 단속에 걸렸다는 것. 문제가 될 수 있었던 건, 내가 가지고 있는 국제 면허증으로는 엄밀히 말해 오토바이 운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로드 트립을 하는 것 같았던 어느 영국인 할아버지에게 헬맷을 쓰지 않은 죄로 막 500루피를 벌금으로 물린 상황이었고, 이후 내게 다가와 운전 면허증을 요구했다. 하, 이렇게 출발 5분도 안되서 벌금을 무나 싶었는데, 웬걸? 면허증을 대충 보고 다시 돌려줬다. 오호? 하는 순간 오토바이를 샅샅이 훑어보던 경찰은 뒤쪽 번호판이 약간 깨져있다는 이유로 벌금을 때리려 했다. 그런데, 또 그게 벌금까지 물릴 일은 아니었던지, 얼마를 때려야 하는지 경찰관들끼리 일종의 토론이 벌어졌고, 대충 상황 파악을 한 나는 수 분을 기다리다 다시 헬멧을 썼다. 그리고는 끝나지 않는 토론을 지켜보다, 저 가도 되죠? 하고 다시 오토바이를 몰고 나왔다.
콜라 비치
그렇게 콜라 비치에 도착했다. 콜라 비치에 가는 마지막 2킬로미터는 비포장 도로인데다가 그마저도 울퉁불퉁하기 그지 없었는데, 다행히 나의 작은 오토바이는 잘 버텨주었을 뿐더러, 콜라 비치의 풍경은 그런 고생을 충분히 할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콜라 비치는 파도가 조금 센 편이어서, 사람들은 수영을 하기 보다는 파라솔 아래에 앉아 맥주를 마시거나 책을 보고 있었는데, 물론 나처럼 물에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못이기고 바닷물에 몸을 맡기는 이들도 있었다. 정말이지 넓은 비치에 10여 명의 사람들 뿐이었는데, 비치 뒤로 깨끗하고 잔잔한 석호(lagoon)이 있어서 그곳에서 가족 단위의 물놀이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곤다 비치
콜라 비치에서 돌아 나오는 길에 아곤다 비치에 들렀다. 아곤다 비치는 콜라 비치보다 접근성이 좋아서인지 사람들이 좀 더 많았는데, 파도가 잔잔해 수영을 하기도 좋았다. 물론 고프로를 들고 촬영을 하느라 숨을 참고 바다 안에서 물장구를 치는 정도였지만, 정말 오랜만의 바다라 그 마저도 몹시 좋았다. 더군다나 인도에서 이렇게 깨끗하고 한적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니!
그렇게 시간은 오후가 되었고, 근처 식당에 가서 치킨 자쿠티를 시켜 먹었다. 치킨 자쿠티(Xacuti)는 고아식 커리였는데, 매콤한 한 칠리와 함께 간 코코넛, 치킨이 들어간 음식이라 했다. 맥주 대신 콜라도 한 잔 시켜 마시며, 눈부신 바다를 두 눈 가득히 담았다.
팔로렘 비치의 선셋
느즈막한 오후가 되어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호스텔 옆에 있는 카페에 갔다. 멀티 탭에 주렁주렁 충전 케이블들을 연결하고, 밀린 번역을 하며, 영상을 백업했다. 그러다 전기가 나갔고, 와이파이도 되지 않는데다, 해질 무렵이기도 해서 선셋을 보러 팔로렘 비치에 갔다.
그러다 지난 번에 헤어졌던 프라카시가 고아에 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선셋을 보고 난 다음 그를 만나 함께 맥주를 마셨다. 고아는 주류에 세금이 붙지 않는 곳이었고, 맥주 한 병의 값은 우리나라 돈으로 천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수 많은 관광객과 심지어 인도인들조차 이곳 고아에 흠뻑 빠져드는 이유를 알 수 있었던 하루였다.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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