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일간의 고아 여행이 끝났다. 한적한 팔로렘 비치가 좋아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가 몸을 담갔다. 햇살을 머금고 일렁이는 파도는 어김없이 밀려와 하얀 포말을 내뿜으며 부서지기를 반복했다.
고아에는 관광객들이 참 많았다. 그들은 비키니나 반바지를 입고 팔로렘 비치를 누비며, 밀물과 썰물처럼 파도에 휩쓸려 바닷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이들의 등과 허리에서는 한 줄기 바닷물이 피부를 간질이며 주르륵 흘러내렸고, 강렬한 태양 빛에 짭쪼름한 소금기를 남기며 증발하곤 했다.
비치에서 어느 인도인 꼬마를 만났다. 해변에서 모래성을 만들고 있던 아이였다. 구덩이를 하나 파고 그걸로 성을 짓고, 거기에 작은 길을 내고, 또다시 지상으로 이어지는 큰길을 내던 아이는 통하지도 않는 힌디어로 자꾸만 내게 무어라 중얼거렸다. 손짓과 눈빛을 통해 이해한 바로는 이 성을 좀 보라고, 이 길을 따라 이렇게 달려 나갈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바다 앞에서 모래성 짓기. 나는 그토록 상징적이고도 구체적인 순간을 근래에 본 적이 없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걸음을 돌려 숙소로 가는 길. 라이브 뮤직 바에 들렀다. 음악을 들으며 생각했다. 파도와 모래성, 그리고 음악 모두 흩어지면서 동시에 흩어지지 않는 것들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곳 팔로렘 비치의 사람들과 나, 우리의 순간이라 할만한 이 시간 또한 그렇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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