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프리랜서 일지(完)

    [프리랜서 일지] 16. 올해의 마지막 이야기

    2021년 12월이다. 아직, 올해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연말에는 이사와 새로운 공부로 더 정신이 없을터이니 나름의 기록을 해두고자 한다. 정체성 올 한 해, 오롯이 프리랜서라는 정체성을 갖고 살았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좋지만은 않았다. 자유의 반대편에는 불안이 맞닿아 있었고, 괜스레 센티멘털해지는 새벽에는 현타가 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난 프리랜서였고, 그 사실을 제대로 인정하고 나서야 나아갈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계약직 노동자와 프리랜서의 차이점을 몇 년 만에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이 프리랜서라는 정체성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출발점이 되었던 거 같다. 도전의 결과 벌인 일도 참 많았다. 새롭게 시도했던 사업, 공부, 인간관계, 투자 등등. 실패했던..


    [프리랜서 일지] 15. 무더웠던 7월 정산

    8월이 되고 10일이 넘게 지났으며 입추도 넘어간 시점에 7월 정산을 하자니 너무 오래된 이야기를 적는 게 아닌가 싶다. 날씨가 부쩍 시원해진 탓일까. 벌써 한 여름의 기억이 되어 버린 것 같다. 7월의 노동 일지 이번 7월은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그러나 참 바쁜 한 달이었다. 짤막하게 일들을 기록해 본다. 번역: 역대급으로 많은 단어들을 번역하고 감수했다. 주머니 사정은 좀 넉넉해 졌으나, 과연 이것이 내가 원하는 프리랜서의 삶인가 싶을 정도로 고생했다. 블로그: 경제 블로그로 꾸준한 방문자 유입이 있다. 신규 포스팅은 거의 못했다. 최근 상위 키워드에 변동이 있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봐야 할 거 같다. 개발과 사업: 하나도 진척 못(안)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주어진 일을 하느라 다소 정체된 한..


    [프리랜서 일지] 14. 저번 달엔 무엇을 했을까? 6월 정산

    6월이 지났다. 벌써 7월도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6월에 있었던 일들을 정산해 본다. 먼저,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처음 만났으니 나를 소개해야 했는데, 요즘에는 프리랜서라고 소개할지 그냥 번역가라고 소개할지 고민이 많았다. 사실 프리랜서라고 이야기하면 '힘들지 않아요?'라는 직간접적인 물음을 듣게 되는데 그게 싫었고, 번역가라고 하면 질문이 조금 더 디테일해지다가 결국 '프리랜서처럼 일하는'이라는 뉘앙스를 풍겨 또다시 이전의 질문을 듣기 일쑤였다. 사실 그게 내가 처한 현실에 대한 보편적인 타인의 시선이긴 했지만, 난 정말 프리랜서로 사는 게 정말 좋고 그다지 힘들지도 않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그런 나의 대답들이 애써 '괜찮은 척'하려는 것처럼 비치는 거 같기도 했다. 그럴 땐 그냥 그러려니 ..


    [프리랜서 일지] 13. 센티멘털함과 현타

    6월의 셋 째주.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들이 감사하기도 하며, 또 아쉽기도 하다. 어제 저녁에는 맥주를 한 잔 사러 편의점에 가면서 다소 헛헛한 감정이 들었다. 괜스레 한밤 중의 공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나의 의지와 노력들이 작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1인극 같았다. 누군가는 이러한 센티멘털함과 현타가 동시에 밀려올 때면 애써 무시하려 하지만 사실 나는 이런 순간들을 좋아한다. 다시 한 번 방향을 점검하고 깊이를 다질 수 있는 내면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감정은 참 신기하다. 내 것인듯, 온전히 내 것이 아닌 감정들.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와서는 한 잔 마시며 곰곰이 생각해 보려 했으나 취기가 올라 일찍 잠에 들었다. 그리하여 이 글을 쓰면서 당시를 떠올려 보건데, 글쎄. 그..


    [프리랜서 일지] 12. 프리랜서와 계약직 노동자의 차이와 구분에 대하여

    종종 내가 프리랜서인지 계약직 노동자인지 헷갈린다. 개인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 사안이지만,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는 단지 번역을 하고 있다고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어떤 번역이요?' 라고 묻게 되면, 한 회사에서 번역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회사에서 일하는 번역가라는 이미지가 흔하지는 않은지 '아, 그럼 프리랜서세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그럼 나는 '아, 네. 뭐 그런 셈이죠.'라고 대답을 한다. 프리랜서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지만 이는 '일정한 집단 혹은 회사에 전속되지 않고 자유 계약을 통해 일하는 사람'이라 정의에 어느 정도 합의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한 클라이언트와 1년, 혹은 그 이상으로 오래 일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이 둘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프리랜서 일지] 11. 이번 달엔 무엇을 했을까? 5월 정산

    어쩌면 생각보다 단조로운 나날이었지만, 그 안에서는 크고 작은 파도가 일었던 한 달이었다. 이제 나는 직업적 타이틀에 종속되지 않고, 어떻게 하고 싶은 일을 비즈니스로 구축해 가는 지에 대해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성과가 별로인 시도도 있었고, 좋은 성과를 냈던 시도도 있었다. 쇼핑몰 출시 출시를 완료했다. 저번주부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광고를 진행 중인데 판매되는 제품은 아직 없다. 애초에 해외 사용자를 대상으로 출시한 것이 무리였던 걸까? 이제 친구와 목표로 했던 기간이 한 달 남았다. 더 길어지면 (얼마 없는 재고이지만) 구매한 제품들을 한국으로 들여와 판매를 해야 할 거 같다. 어쩌면 이번을 마지막으로 동업은 그만할 거 같다. 누구의 방향도 틀린 것이 아닌데, 그것 때문에 줄다기리를 할 때면..


    [프리랜서 일지] 10. 시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자유로운 글쓰기를 좋아한다. 그 이유는 머리와 마음에서 떠오르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여, 전혀 예상치 못한 문장으로 글을 끝마치게 되기 때문이다. 시야를 조금 넓혀 본다면, 이처럼 문장을 이어가며 글을 쓰는 행위가 실은 우리의 삶과 무척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삶이라는 한 편의 글 속에서 매일같이 새로운 문장들을 써내려 간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며 내리는 크고 작은 선택과 결정들은 사실 하나의 문장들인 것이다. 낯선 문장과 함께 태어나 예상할 수 없는 문장과 함께 떠나가는 일인 글쓰기는 태어나서 살아가다 죽는 우리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일과 닮았다. 물론, 현실은 정제된 글보다 통제될 수 없는 변수를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는 곳이지만, 변치 않는 한 가지 사실은 삶의 모든 선..


    [프리랜서 일지] 9. 요가와 내 몸 안의 가능성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일은 흔히 아주 쉬운 일로 치부되곤 하지만, 하루 종일 손가락만을 움직이는 일을 하고 있노라면 손가락뿐만 아니라 손목까지 통증이 전해져 온다. 그럴 때는 깍지를 켜고 손을 치켜올리거나, 벽에 손가락을 대고 힘껏 밀어주곤 하는데 이러한 짧은 스트레칭 효과는 몇 분도 채 가지 않는다. 요즘 내가 요가를 시작한 이유다. 손가락부터 시작해서 손목, 어깨로 이어지는 뻐근함을 얄팍한 스트레칭으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사실 처음에는 요가 생각은 전혀 없었고, 운동을 해야겠다는 목적으로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힘이 드는 운동을 할 때면 어깨 한쪽이 다른 쪽보다 유독 뻐근했는데, 피티를 받던 중 병원에 가보라는 조언을 듣게 되었다. 병원에서 근전도 검사까지 포함한 엄청난 검사들을 진행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