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내가 프리랜서인지 계약직 노동자인지 헷갈린다. 개인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 사안이지만,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는 단지 번역을 하고 있다고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어떤 번역이요?' 라고 묻게 되면, 한 회사에서 번역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회사에서 일하는 번역가라는 이미지가 흔하지는 않은지 '아, 그럼 프리랜서세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그럼 나는 '아, 네. 뭐 그런 셈이죠.'라고 대답을 한다.
프리랜서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지만 이는 '일정한 집단 혹은 회사에 전속되지 않고 자유 계약을 통해 일하는 사람'이라 정의에 어느 정도 합의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한 클라이언트와 1년, 혹은 그 이상으로 오래 일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이 둘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없을까?
첫 번째 대답은 근로 계약서에 있다. 프리랜서는 일을 시작하기 전 근로자와 다른 계약서를 작성한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최저 임금, 퇴직금, 연차, 4대 보험 등의 규정에서 제외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근로자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고용주와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로 기준법의 준수 여부를 감독받는 사업장에 소속된다. 반면, 프리랜서는 사업자로 계약을 맺으며 업무도급계약서 또는 위탁 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로 기준법의 적용 받지 않는다는 점에 합의하게 된다.
그런데 이는 낡고 형식적인 구분에 불과하다. 플랫폼 노동과 긱 이코노미의 시대, 프리랜서로 일하는 노동자의 수와 고용주들의 꼼수도 함께 급증함에 따라 대법원은 '업체가 노동자를 지휘, 감독했다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에 서명했어도 근로자'라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즉, 단지 계약서에 의해 근로자의 구분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근무 형태에 따라 프리랜서의 여부가 갈리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프리랜서란 원칙적으로 특정한 일을 (자율적으로)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이에 대해 보수를 받는다. 따라서 회사의 업무 일정표를 따라 정해진 시간 내에 업무를 수행하며, 이를 상시 보고, 특정 장소에 매일 출근, 근무 시간 준수, 겸직 불가 등의 조건을 따르게 될 경우 프리랜서로 계약했다 해도 사실상 근로자에 해당하기에 사업주는 근로 기준법을 준수해야 한다. 프리랜서로 계약했지만, 근로자로 판단되는 자세한 기준은 이 글을 참고해보면 좋을 거 같다.
프리랜서는 임금 근로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회색지대에 있는 끼인 노동자인 경우가 많다. 온전히 누군가의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일을 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플랫폼 노동자가 바로 프리랜서는 아닐지. 그러므로 앞으로도 계속 프리랜서로 살아가려 한다면 한 쪽으로 방향을 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프리랜서지만 나름 안정적인 임금 근로자가 될 것인지(보통 대기업 등 좋은 회사 경력이 있으신 분들에 해당할 듯 하다), 혹은 자신의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가 될 것인지. 이전 글에서도 적었지만 나는 후자를 지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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