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글쓰기를 좋아한다. 그 이유는 머리와 마음에서 떠오르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여, 전혀 예상치 못한 문장으로 글을 끝마치게 되기 때문이다.
시야를 조금 넓혀 본다면, 이처럼 문장을 이어가며 글을 쓰는 행위가 실은 우리의 삶과 무척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삶이라는 한 편의 글 속에서 매일같이 새로운 문장들을 써내려 간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며 내리는 크고 작은 선택과 결정들은 사실 하나의 문장들인 것이다. 낯선 문장과 함께 태어나 예상할 수 없는 문장과 함께 떠나가는 일인 글쓰기는 태어나서 살아가다 죽는 우리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일과 닮았다. 물론, 현실은 정제된 글보다 통제될 수 없는 변수를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는 곳이지만, 변치 않는 한 가지 사실은 삶의 모든 선택들은 언제나 하나의 문장이 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바로 이러한 삶의 문장을 계속 써나가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는 단 몇줄의 문장만을 쓰고 말 것이지만, 또 누군가는 왕성하게 문장을 또 쓰고 쓸 것이다. 그렇게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문장을 이어가다 보면 가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단락이 되고, 한 편의 글과 삶이 된다.
흥미로운 건 마침표 하나로 구분되는 짧은 문장들 사이에는 생각보다 많은 우연과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전 문장이 다음 문장을 완전히 의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 문장이 없었다면, 다음 문장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후의 문장이 이전의 문장에 종속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문장들은 연쇄적이며, 동시에 독립적이다. 삶의 모든 순간이 연쇄적이며, 동시에 독립적인 것처럼.
프리랜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첫 문장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문장이 무엇일지, 그리하여 마지막 문장이 무엇일지는 계속 써 내려가며 살펴볼 일이다. 무엇보다도 첫 문장을 시작하지 않으면, 다음에는 무엇이 올지 알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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