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까딱거리는 일은 흔히 아주 쉬운 일로 치부되곤 하지만, 하루 종일 손가락만을 움직이는 일을 하고 있노라면 손가락뿐만 아니라 손목까지 통증이 전해져 온다. 그럴 때는 깍지를 켜고 손을 치켜올리거나, 벽에 손가락을 대고 힘껏 밀어주곤 하는데 이러한 짧은 스트레칭 효과는 몇 분도 채 가지 않는다.
요즘 내가 요가를 시작한 이유다. 손가락부터 시작해서 손목, 어깨로 이어지는 뻐근함을 얄팍한 스트레칭으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사실 처음에는 요가 생각은 전혀 없었고, 운동을 해야겠다는 목적으로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힘이 드는 운동을 할 때면 어깨 한쪽이 다른 쪽보다 유독 뻐근했는데, 피티를 받던 중 병원에 가보라는 조언을 듣게 되었다. 병원에서 근전도 검사까지 포함한 엄청난 검사들을 진행하고 나서 받아든 결과는 결국 정상이었는데, 그래도 처방전이라고 나온 것이 헬스처럼 무리가 되는 운동보다는 수영, 필라테스, 요가와 같은 운동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요가를 시작한 지 근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어깨는 물론, 손목과 손가락(?)도 많이 좋아졌는데, 요가를 하며 가장 좋은 건 눈을 감고 동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그 순간에는 뻐근하게 뭉쳐있던 근육이 조금씩 풀어지며 이완되는 느낌이 더욱 생생해진다. 일전에 <요가 매트 만큼의 행복>이라는 글에서도 비슷하게 적었지만, 좁디 좁은 요가 매트 위에서는 놓치고 있던 섬세한 몸의 감각을 다시 느끼게 된다.
요가 초보자, 아니 레벨 0에 불과한 새내기지만 요가를 하면서 느끼는 건, 참 다양한 동작을 통해 온몸에 크고 작은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헬스장에 가면 기구가 없이는 아무런 운동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데, 요가를 할 때는 정반대의 생각을 하게 된다. 요가는 몸의 바깥에 있는 도구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 같은 순간들에, 매트 하나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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