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여름이 다가오는 걸까. 봄은 언제부터 이렇게 짧아졌던 걸까. 아직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는 아니지만, 이른 아침 방 안으로 드는 햇살을 맞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몸에 열이 난다. 멀리서 바라보는 창 밖의 요원한 풍경들은 맑고, 고요하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세상은 평온하기만 하다.
가끔은 혼란스럽다. 아니, 꽤나 자주 혼란스럽다.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인지. 그런 와중에 변화하는 계절은 내게 작은 확신과 위로를 준다. 꽃은 피고 지고, 나무는 자라고 죽으며, 계절풍 또한 불어왔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처럼 우리의 삶에도 저마다의 계절이 있어, 때로는 겨울에 가깝고, 때로는 봄 같을 것이며, 때로는 여름일 것이다. 계절 속의 다가오는 것과 멀어지는 것을 나의 의지와 바람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 삶이라는 점은, 모든 것이 순리를 따라 흘러가고 흘러올 것임을 기대하고 기다리게 한다.
종종 '프리-랜서'라는 단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몸임을 뜻하는 '프리'함과 자신이 맡은 역할인 '랜서'. 전에는 전자의 자유로운 상태에서 만족감이 생겨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엔 자유가 아닌 책임을 통해 만족감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프리-랜서인 누군가가 자기 효능감을 느끼며, 만족감을 느끼는 때는 자유로운 상태에 머물 때가 아니라 랜서로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때가 아닐까. 이는 우리가 자유로운 시간 자체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때 즐겁고 기쁜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더 큰 자유가 아닌 더 큰 책임을 기꺼이 지향해 가는 삶. 언뜻 보면 팍팍하고 힘겨울 것 같지만, 자유에 책임이 따르듯, 책임에도 그에 상응하는 자유가 따른다 생각한다. 저마다의 계절 속에서 묵묵히 계절적 책임을 다하는 것. 분명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것이 거스를 수 없는 계절을 지혜롭게 나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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