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셋 째주.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들이 감사하기도 하며, 또 아쉽기도 하다. 어제 저녁에는 맥주를 한 잔 사러 편의점에 가면서 다소 헛헛한 감정이 들었다. 괜스레 한밤 중의 공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나의 의지와 노력들이 작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1인극 같았다. 누군가는 이러한 센티멘털함과 현타가 동시에 밀려올 때면 애써 무시하려 하지만 사실 나는 이런 순간들을 좋아한다. 다시 한 번 방향을 점검하고 깊이를 다질 수 있는 내면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감정은 참 신기하다. 내 것인듯, 온전히 내 것이 아닌 감정들.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와서는 한 잔 마시며 곰곰이 생각해 보려 했으나 취기가 올라 일찍 잠에 들었다. 그리하여 이 글을 쓰면서 당시를 떠올려 보건데, 글쎄. 그랬던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다. 흠. 예전 같았으면 이유를 찾기 위해 골똘히 몰입했겠지만, 지금은 내버려 두곤 한다. 답은 찾고자 한다고 찾아지는 게 아니라, 적절한 때와 시간이 되면 찾아진다는 걸 경험해 가고 있기에.
월말이 되어가며 번역 일들이 많이 밀려있다. 이번 주는 일 뿐만 아니라 운동에 사업에 공부에 벌려 놓은 일들을 고스란히 다 떠안는 한 주가 될 거 같다. 그치만 일은 나쁘지 않고, 운동은 좋아서 하는 일이며, 사업은 마무리가 되어 가고, 공부는 조금 더 긴 프레임에서 진행하는 것이니 괜찮다.
센티멘털함과 현타. 나는 그것들이 아주 소중하고도 중요한 감정이라 생각한다. 현대 사회는 이를 감상적이고 부질없으니 빠르게 떨쳐내야 할 감정이라고 치부하기도 하지만, 그건 센티멘털함과 현타를 느끼는 이가 지배 계급이 원하는 노동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 '충성'적인 노동을 위해서는 '자기'와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는 건 잘 알려진 바다.
물론 이러한 감정들은 일시적인 경우가 많고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잊혀지는 것도 맞다. 또한 우리는 종종 이를 일시적인 편의에 따라 해석하여 '잠시 쉬고 싶다'는 최선의 선택지 대신 '모든 걸 그만둔다.'는 식의 다소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들을 해석하는 방법과 돌아보는 일, 이를 통해 내리는 결정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중요한 건 어떤 해석과 판단을 내리 건 간에 자신의 감정들을 내치지 않고 우선 수용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한 쪽으로 제쳐두기만 할 경우, 언젠가는 하나의 큰 파도로 밀려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영향을 미칠 지도 모른다. 그 때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그때 그때 처리하지 못했던 감정을 되짚어보고 또 그 여파들에 휩쓸리지 않는 일이.
센티멘털함과 현타는 잠시 멈춰서서 주위를 돌아보라는 몸과 마음의 소중한 신호다. 그렇다고 감정적으로만 행동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 아주 깊은 심호흡 한 번은 할 필요가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 간밤의 일도 너무 바쁘게만 달려가려는 내게 조금 천천히 가라는 신호였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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