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지났다. 벌써 7월도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6월에 있었던 일들을 정산해 본다.
먼저,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처음 만났으니 나를 소개해야 했는데, 요즘에는 프리랜서라고 소개할지 그냥 번역가라고 소개할지 고민이 많았다. 사실 프리랜서라고 이야기하면 '힘들지 않아요?'라는 직간접적인 물음을 듣게 되는데 그게 싫었고, 번역가라고 하면 질문이 조금 더 디테일해지다가 결국 '프리랜서처럼 일하는'이라는 뉘앙스를 풍겨 또다시 이전의 질문을 듣기 일쑤였다. 사실 그게 내가 처한 현실에 대한 보편적인 타인의 시선이긴 했지만, 난 정말 프리랜서로 사는 게 정말 좋고 그다지 힘들지도 않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그런 나의 대답들이 애써 '괜찮은 척'하려는 것처럼 비치는 거 같기도 했다. 그럴 땐 그냥 그러려니 하지만 종종 나 자신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소개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니 어쩌면 직과 업에 대한 차이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다. 나는 프리랜서이며, 번역가이고, 개발 공부도하고, 글도 쓰고, 사업도 한다. 내게는 각 활동들이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중요한데, 이를 모두 아우르는 마땅한 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는 직이 아닌 '업'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이를 보편적인 '직'으로 바꿔 이야기해야 하니 매번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 소개였던 거 같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밥벌이의 비중이 가장 큰 '프리랜서 번역가'가 대외용 명함이긴 하지만, 썩 맘에 들지는 않는 소개다.
다음으로 쇼핑몰. 지난 몇 개월간 준비했던 쇼핑몰은 저저번 달에 출시를 마쳤고 이번 달에 막을 내렸다. 판매는 예상에 미치지 못했고, 우리는 마지막 남은 돈을 광고비로 모두 쓴 터였다. 두 달 정도 운영하고 왜 이렇게 빨리 접냐 할 수도 있겠지만 함께 했던 친구는 새롭게 취업을 했고, 또 다른 친구가 막판에 들어왔지만 어쨌거나 앞으로 판매가 늘 거 같지는 않아 이쯤에서 이번 시도를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 다소 생소한 분야에서 쇼핑몰을 창업하면서 느낀 건, 지속적인 브랜딩-마케팅-스토리텔링-홍보를 위해 자신이 관심 있고 또 잘 아는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쇼핑몰 1막은 이렇게 마감한다. 장기전으로 갈 수 있는 쇼핑몰 2막은 혼자서 준비해보려 한다.
그리고 개발. 언제쯤 개발자 지망생을 벗어나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최근에 수업을 듣고 있기는 한데 아직도 부족함을 엄청, 크게, 많이 느낀다. 엊그제는 선릉에 있는 한 부트캠프에서 수강 상담을 받고 왔다. 며칠 고민하다, 이번 여름 공부가 끝나면 겨울에 해당 코스를 수강하기로 결심했다. 수강 날짜는 무려 12월인데, 그마저도 마감 직전이었다. 개발자로 취업이 열풍은 열풍인가 보다 싶었다. 이전 포스팅에서는 길게 보고 시작한 공부라고 했지만, 명확한 목표가 없다보니 처지는 느낌이 있다. 마지막으로 코스를 수강하고 직접 일을 경험해 보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문제는 부트캠프를 시작하면 번역 일을 병행하기가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풀타임으로 개발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 부분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거 같다.
마지막으로 살림살이. 현재 내 주된 수입원은 번역인데 그 이외의 일들로 텅장이 통장은 될 정도로 나아지고 있음을 확인한 한 달이었다. 한 달의 회고에 굳이 수입 이야기까지 적어야 하나 싶지만, 나름 상한이 없는(?) 프리랜서의 수입에 대한 만족감에 대해 기록해 두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다. 번역 수입은 전과 비슷하지만 경제 블로그를 통해 꽤 괜찮은 수익과 기회가 발생하고 있다. 사실 애드센스 수입은 그다지 볼 건 없고, 상위 노출되는 글들을 보고 연락이 와서 홍보와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한 업체를 거의 전담 중인데, 관련 글들이 구글 상위 검색을 점령하며 내게 주어지는 수입도 다달이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일의 강도는 번역 >>>>> 홍보 및 마케팅이어서 요즘 번역 일이 전보다 벅차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까지다. 이번 정산은 주저리주저리 뭔가 말도 많고, 글도 길었던 거 같다. 슬슬 장마가 온다던데, 무더울 7월도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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