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그의 눈에 자꾸만 눈물이 고이려 했다. 이제껏 약한 모습을 보인적 없는 그가 그토록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누군가 눈물을 보일 때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었기에 그저 가만히 옆에 있는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건 떠나면서 동시에 돌아가는 일이리라. 상처로부터, 아픔으로부터 벗어나 조금 더 괜찮아진 채로, 아니 어쩌면, 지난 경험들을 조금은 희미하게 만들어 줄 더 괜찮은 경험, 기억들과 함께 말이다.
그와 맥주를 마시며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눈다음 숙소로 돌아왔다. 누군가의 지난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러니까 지난 시간의 궤적을 어제와 같은 오늘의 모습에서 발견하게 될 때면, 관계는 한층 애틋해지곤 한다.
(관계에 있어) 그는 혼자 있는 게 조금은 걱정이 된다 하였다. 나는 그에게 애써, 혼자 있을 수 있을 때야 누군가를 제대로 만날 수 있다라는 말을 했지만, 그 또한 어찌보면 그의 걱정의 정도를 넘겨 짚은 것이 아닐까 싶다. 성급한 나를 용서해주기를.
상처의 깊이와 방랑의 정도는 비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러한 방랑이 언제나 상처를 치유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마주하며 나아가는 일일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지금은 그럴 수 없을지라도, 결국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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