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혐오하는 일을 그만두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이제 더 이상 내가 소망하는 그 어떤 세상,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일종의 완벽한 상태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놔둔 채 그 세상 자체를 사랑하기 위하여 그리고 기꺼이 그 세상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내가 죄악을 매우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내가 관능적 쾌락, 재물에 대한 욕심, 허영심을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수치스러운 절망 상태도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싯다르타는 부유한 바라문 가정에서 태어났다. 남부러울 것 없는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정작 싯타르타 자신은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 어느날 싯다르타는 아버지에게 집을 떠나겠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절대 보내줄 수 없다고 하지만, 싯다르타는 한 자리에 서서 다음 날까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킨다.
이후의 싯다르타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싯다르타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 고빈다와 함께 거리를 떠돌며 도법에 따라 수행하는 사문 생활을 시작한다. 그렇게 싯다르타는 모든 갈증과 소망과 기쁨과 번뇌로부터 벗어나 고통과 굶주림과 갈증과 피로, 권태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워간다.
어느날 싯다르타는 세상의 모든 번뇌를 극복하고 윤회의 수레바퀴를 정지시킨 부처 고타마를 만난다. 고타마는 완벽해보였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훗날) 다음과 같이 말하며, 열반은 가르침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체험되어야 한다고 느끼며 홀로 다시 사문 생활을 시작한다.
“말보다는 사물이 더 마음에 들며, 그 분의 행위와 삶이 그 분의 말씀보다 더 중요하며, 그분의 손짓이 그 분의 사상들보다 더 중요해. 나는 그분의 위대성이 그 분의 말씀, 그 분의 사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 분의 행위, 그 분의 삶에 있다고 생각해.”
싯다르타는 우연한 기회로 도시에 간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보통 사람들의 인생을 경험한다. 세속 생활을 하며 기생 카말라아와 사랑을 하고, 카마스와미와 장사를 하며 큰 부를 이룬다. 또 그는 주사위 도박에 빠지기도 하고, 그것에 사로 잡혀 모든 것을 잃고 일부를 다시 얻기도 한다. 싯다르타는 어느날 문득 자신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싯다르타는 삶에 권태와 역겨움을 느끼던 끝에 지겹고 더러운 삶을 이제는 끝내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린다.
"절도 있는 생활, 사색의 기쁨, 침잠의 시간들, 그리고 육신도 의식도 아닌 영원한 자아인 자기에 대한 비밀스러운 앎 (…) 그의 마음 속에 분명히 남아 있기는 하였으나 (…) 이제는 먼지로 뒤덮여 버리고만 상태였다.
그는 세상이라는 덫에 사로잡혀버렸다. 그는 쾌락, 욕구, 태만에 사로잡혀버렸으며 그리고 마침내는 그 자신이 끊임 없이 가장 어리석은 것으로 경멸하고 조소해 마지않았던 악덕인 탐욕에도 사로잡혀버렸다. (…) 주사위 노름에 끼어듦으로써 이 마지막 가장 창피스러운 예속 상태 빠져 들게 되었다.
무가치하게, 무가치하고도 무의미하게 자기의 인생을 여태껏 질질 끌고 왔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의 손에는 이제 생명 있는 것, 이런 저런 소중한 것, 또는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마치 난파자가 강가에 서 있는 모습처럼 홀로 외롭고 허전하게 서 있었다."
그렇게 괴로운 마음으로 숲 속으로 정처없이 떠나온 싯다르타는 우연히 고빈다를 다시 만나게 되고, 자신을 처음 이곳에 오게 도와주었던 뱃사공 바주데바를 만나 흐르는 강물로부터 이치를 깨닫는다. 이후 싯다르타는 남은 인생을 뱃사공이 되어 살아간다.
“나는 여기 망고 나무 아래, 나의 정원에 앉아 있다.” 그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자기가 망고 나무 한 그루를, 자기가 정원을 하나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과연 반드시 필요한 일이며 과연 올바른 일일까? 그것은 어리석고 유치한 장난이 아닐까?
강물은 어디에서나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강의 원천에서나, 강 어귀에서나, 폭포에서나, 나루터에서나, 시냇물의 여울에서나, 바다에서나, 산에서나, 도처에서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강에는 현재만 있을 뿐, 과거라는 그림자도, 미래라는 그림자도 없다.
(...) 일체의 번뇌의 근원이 시간이 아니고 대체 무어란 말인가, 자신을 괴롭히는 것도, 두려워하는 것도 그 근원은 모두 시간이 아니고 대체 무어란 말인가."
자신을 찾기 위한 싯다르타의 여정
싯다르타의 여정은 자신에게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을 찾아 열반에 이르고자 하는 시도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그는 "사색하고, 기다리고, 단식하는 방법"을 배웠으나 이를 통해 열반에 이르지는 못했다. 훗날 싯다르타가 고백하듯 "너무 많은 지식이, 너무 많은 성스러운 구절이, 너무 많은 제사의 규칙들이, 너무 많은 단식이, 너무 많은 행위와 노력이 자기를 방해하였던 것"이다.
싯다르타는 구도자가 되고자 했다. 그렇게 열반이라는 가치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오로지 자기가 구하는 것만을 바라보며 다른 것을 바라보지 못했다. 아무것도 자신의 내면에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싯다르타는 훗날 고백한다.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상태, 열려있는 상태, 아무런 목표로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발견해야만 했다'고.
세상만사를 향한 경멸과 애정
진정한 깨달음을 얻기 전의 싯다르타는 남들보다 자신이 무언가를 더 알고 있다는 우월감 속에서 세상만사에 대해 얕은 경멸감을 갖고 있었고, 뻔한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어린아이와 같다고 마음 속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비로소 인생의 파도라는 것을 경험해본 싯다르타는 "어린아이 같이 억센 생명력을 지닌 충동과 탐욕들. 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무한한 업적을 이루고, 여행을 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무한한 고통을 겪고 이를 감수한다는 것을 알았다. 인간들은 바로 그들의 맹목적인 성실성, 맹목적인 강력함과 끈질김으로 인하여 사랑할만한 가치가 있고 경탄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싯다르타는 가까이에서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 알지 못했던 사랑의 기쁨과 아픔을, 돈 버는 일의 재미와 고뇌를, 술의 달콤함과 씁쓸함을, 욕정이 주는 활력과 허탈함을 비로소 모두 체험한다. 이후에 싯다르타는 다시 고백한다.
“세상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설명하고, 경멸하는 건 아마도 위대한 사상가 할 일이겠지. 내게는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업신여기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하는 마음과 외경심을 갖고 바라 볼 수 있는 것, 오직 이것만이 중요해.”
진정한 열반에 이르는 방법
싯다르타는 마침내 진정한 열반에 이르는 방법을 깨닫는다. 젊은 시절 싯다르타가 그토록 찾고자 했던 열반이라는 것은 사실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열반이라는 단어, 열반이라는 가르침은 마음의 평화와 깨달음을 얻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는 근원이었다. 싯다르타는 '고통의 소리에도 웃음 소리에도 귀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영혼을 특정한 소리에 묶어두거나 자신의 자아와 더불어 그 어떤 특정한 소리에 몰입하지 않고 모든 소리들을 듣고, 전체, 단일성에 귀를 기울이면, 수천의 소리가 어우러진 위대한 노래는 단 한 하나의 말, 완성이라는 의미의 옴이 된다.'는 것을 알게된다. 열반이란 단순한 하나의 깨달음이 아니라 아니라 종합적이고 최종적이며 (반)결정적인 완성의 상태의 자각이자 수용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시간이 흘러 싯다르타는 여전히 구도자의 삶을 사는 고빈다를 만난다. 이미 열반에 이른 싯다르타였지만 그는 애써 말로 자신의 깨달음을 정리하고 싶어하지 않아 한다. 무언가 말로 표현되는 과정에서 왜곡될 뿐더러 또한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사랑하는 친구 고빈다를 위해 싯다르타는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말한다. 자신이 평생을 통해 찾아낸 열반을 의미하는 단 하나의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고.
세상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아는 자. 세상 모든 것에서 진리와 선과 악과 아름다움과 추함을 발견하고, 모든 흠과 빛나는 모습을 함께 사랑할 줄 아는 자. 저기, 너머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유유자적하며 살아가는 법을 알고 또 그렇게 살아가는 자. 그렇게 싯다르타는 마침내 자신만의 방식으로 열반에 이른 부처이자 초인이 되었고, 마침내 인적드문 숲 속에서 이름 없는 뱃사공이 되어, 마침내 마지막 남은 생을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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