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밤의 산책
밤의 산책 ⏐ 일상 에세이 ⏐ 28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 함께 저녁을 먹었다. 이제는 오래전 이야기가 되어 버린 지난 학창 시절 이야기들을 하나 둘 꺼내 보다, 호숫가를 따라 걸었다. 새롭게 건축되고 있던 아파트들에 둘러 쌓인 가을 골목의 풍경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서로를 껴안고 있던 연인들. 가맥집 앞에서 전화 통화를 하며 담뱃재를 털어내는 아저씨들. 마스크를 쓴 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가족들을 우리는 지나온 터였다. 어둠을 밝히는 조명을 따라 산책길이 이어졌고, 한 걸음 내딛는 발 아래에서 느껴지는 작은 나무다리의 떨림을 새삼스러워하며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니 어느새 호수를 한 바퀴 다 돌았고, 연꽃잎이 듬성듬성 보이는 호수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좁고 으슥한 길로 들어섰다. 시지푸스의 밤은 어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