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여행기
[발리 여행기] 9. 길리를 떠나며 ⛴️
발리에 온 지도 벌써 3주 차에 접어든다. 꾸따에서 1주일, 우붓에서 1주일 그리고 길리에서 4일. 그리고 이제 다시 꾸따로 돌아간다. 마지막으로 1주일 정도를 발리에서 머문 다음 떠날 거 같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디론가 가겠지. 우붓에서 길리로 들어올 때는 에카자야 페리를 탔다. 이지길리에서 예약했는데 픽업까지 포함하여 편도 비용 430K를 지불했다. 돌아가는 배편은 매번 맥주를 마시러 가던 비치에서 인사를 나누던 투어 오피스의 한 청년으로부터 구했는데, 처음에는 200K 요금의 작은 패스트보트를 추천해 줬다. 배 멀미를 가끔 하는 터라 더 큰 배인 에카자야는 없냐고 했더니, 그 사이에 있는 골든 퀸이라는 페리를 추천해 줬다. 300K를 달라고 했다. 나중에 지나가면서 보니 250K에 해..
[발리 여행기] 8. 최고의 순간 😌
간밤에 스노클링을 해서인지 9시도 채 되지 않아 잠에 곯아떨어졌다. 새벽 5시 무렵. 멀찍이서 또렷하게 울리는 이맘의 기도 소리에 잠에서 깼다. 정말 피곤하긴 했구나, 이 때까지 한 번도 안 깨고 자다니. 다시 잠을 잘까 하다가 주섬주섬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해가 뜨기 전 까지는 1시간 정도가 남아있었다. 일출을 볼 셈이었다. 불이 꺼진 어두운 거리에는 정말이지 나 혼자 밖에 없었다. 어제 아침 스노클링을 하러 가기 위해 배를 탔던 터틀 포인트 근처로 자전거를 몰았다. 서서히 해가 뜨고 있었다.구름이 껴서 기대하던 일출은 못봤다. 그러나 이 또한 내가 길리에서 볼 수 있는 나름의 일출이겠거니 싶었다. 기대를 품고 마주하는 자연은 언제나 내게 가르침을 준다. 내가 아닌 모든 것은 내가 기대하는 것과 ..
[발리 여행기] 7. 카르마 ✳️
그간 나는 발리에서 꽤나 친절했고, 베풀었고, 양보했는데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떤 카르마 때문일까? 무슨 일이 있었냐면 말이다. 우붓의 메인 도로는 워낙에 교통량이 많고 도로 폭이 좁아 일방 통행로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고작 몇 백 미터밖에 되지 않는 거리를 가기 위해 10분가량을 우회하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이어서, 많은 현지인과 외국인 운전자들은 역주행 아닌 역주행을 하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역주행자들을 위해 한쪽의 길을 터주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 되어 있기도 하다. 물론, 차량 두 대가 지나갈 폭은 아니어서 바이크들만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 또한 현지인들을 따라 역주행을 하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한 바이크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들이받을 것처럼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발리 여행기] 6. 길 위의 여행자 🥾
쿠따에서 우붓으로 넘어오며 작은 기내용 캐리어를 버렸다. 오래 쓰기도 했던 캐리어였고, 바퀴도 하나가 말썽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우붓으로 바이크를 타고 넘어가면서 가져갈 수 없었다. 때가 됐구나 싶었다. 발리에서 한 달가량 머물 예정이지만 짐이 많지는 않다. 정리하고 보니 노트북 가방 하나와 옷 서너 벌이 들어갈 작은 가방 하나면 됐다. 가능한 가볍게 여행하려고 한다. 지난 자전거 여행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짐이 가벼워야 몸도 마음도 가벼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발리에서 2주 가량이 지났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을 맞고, 이따금 쏟아지는 스콜에 흠뻑 젖는다. 옷은 헤지고, 피부는 타들어 가고, 어깨에 둘러맨 가방도 색이 바래간다. 내게는 말끔한 옷, 새로운 신발과 가방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깨끗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