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어둠에 익숙해진 사람들 | 82 | 일상 에세이

    공연을 준비하는 친구의 부탁으로 글을 한 편 쓰게 되었다. 이제는 글을 쓴다는 것이 종종 부끄럽다. 아직도 마음을 열어 할 이야기가 남아있나 싶지만, 내 마음은 '그렇다'고 답하는 것 같다.어둠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주로 저녁에 활동하고, 인적이 드문 으슥한 곳으로 다니곤 한다. 어두컴컴한 골목 한구석이 무섭지도 않나 싶은 곳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빨간 불빛이 나는 담배를 뻐끔뻐금 피워대거나, 하얀 불빛이 가득한 휴대전화 액정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도 한다. 그러다 오늘도 불이 꺼지지 않는 24시간 편의점에 들러 마실 것 하나를 사들고 나와서는 달빛을 조명 삼아 거리를 걸어본다. 그렇게 걷다보면 종종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이들 대부분은 또, 눈에 잘 띄지 않는 무채색 색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