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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부르는 일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일부로서 타인이 아닌, 타인이 지나온 모든 시간과 경험의 총합으로서 존재를 일컫는 일이다. 먼 바다에서 밀려온 파도를 헤아리듯, 사랑은 한정짓지 않는 것이다. 하나의 파도가 언제나 더 큰 바다의 일부인 것처럼, 존재는 이름 안에 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지향하는 일이다. 모든 존재는 너머에서 출발하여, 이곳에서 시도된다. 사랑 또한 그렇다.


    — 2 사랑한다는 고백보다 중요한 것

    사랑은 '사랑한다'는 문장의 깊이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고백보다 중요한 건, 고백을 통해 전달될 수 있는 사랑의 깊이를 일궈가는 일이다. 사랑의 깊이는 사랑의 고백이 아닌 사랑의 실천으로 만들어갈 수 있으며, 때로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 없이도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사랑한다’는 고백 이전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고백되지 않은 ‘사랑한다’는 말의 눈망울 같은 것이다.


    — 1 사랑과 진심

    사랑하는 사람은 진심을 다하려 한다. 그러나 진심을 다하는 것이 사랑은 아니다. 사랑에서 진심이 유효한 때는, 진심을 다한 사랑이 자신과 타인을 성장시키며 서로의 세계를 풍요롭게 할 때다. 온전히 타인을 위한 것만이 아니며, 또 나를 위한 것만도 아닌 사랑은, 언제나 나와 타인 모두에 관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할 때는 진심을 다하는 일에 유의해야 한다. 사랑을 위한 진심이 아닌 진심을 다하는 일이 사랑이 되어버릴 때, 사랑의 대상에 타인은 사라지고 자신만 남게 된다.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타인과 함께 성장해 나가려 하지 않는다면, 이를 위한 고민과 실천이 없다면, 진심을 다하는 일은 이기심의 또 다른 발로가 될 뿐이다.


    자기 앞의 생을 읽고: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 살 수 있을까?

    에밀 아자르가 쓴 《자기 앞의 생》은 참 오랜 기간에 걸쳐 읽었다. 석 달쯤 걸렸나? 요즘 책을 많이 보지 못한탓도 있을 것이지만, 글쎄. 그러지 않았으면 싶은, 소설의 결말이 어느 순간부터 짐작되었기 때문이었을까? 소설에는 모모라는 10살짜리 꼬마가 나온다. 나중에는 자신의 나이가 14살인 걸 알지만 말이다. 그건 모모가 정신이 이상한 친구여서라기 보다는, 자신의 제대로된 나이를 알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모모의 엄마는 매춘을 하는 여자였는데, 아빠로 추정되는 어떤 미친 남자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그렇게 엄마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모모는 ‘그렇고 그런’ 아이들을 떠맡는 로자라는 아줌마 아래에서 자란다. 로자 아줌마는 이제 할머니에 가까운 나이였는데, 그녀도 젊었을 땐 매춘을 하며 생계를..


    Node.js 터미널로 자바스크립트 파일 실행하기

    Node.js 터미널로 자바스크립트 파일을 실행하는 방법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Node.js가 설치되어 있어야 하는데요. 이후 터미널을 실행하고, 자바스크립트 파일이 위치한 경로로 이동해 파일을 실행하면 됩니다. 상세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실행하고자 하는 파일이 Desktop > Nodejs 내 test.js 이라고 해보겠습니다. 터미널에 다음과 같은 명령어를 통해 디렉토리를 이동합니다. cd ~/Desktop/Nodejs 잠시 명령어를 살펴보자면, cd 는 디렉토리 변경 명령어 이며 ~ 는 기본 사용자 선택, 이후는 해당 하위 폴더의 경로를 의미합니다. 디렉토리가 제대로 변경되었는지 확인하려면 pwd 명령어를 사용하면 됩니다. 폴더 내 파일의 리스트들을 보려면 ls -al 명..


    의미와 재미: 커피와 담배를 읽고 - 3

    의미와 재미는 종종 반대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어떤 일은 의미는 있지만 재미는 없고, 의미는 없지만 재밌는 일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의미와 재미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시야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개념이다. 초등학생 시절, 나는 딱지 치기를 좋아했다. 당시 초딩들 사이에서는 복도를 한 가득 관중들로 메운 시끌벅적한 딱지 치기 대회가 열리곤 했다. 당시엔 좋은 딱지를 뽑아보겠다고 여러 문방구를 전전하고, 집에 와서도 딱지 생각만 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그때의 딱지 치기는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이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딱지를 잘 치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의미있고, 또 재미있는 일이었다. 결국 의미와 재미는 '시간 속의 상대적' 개념인 것이다. 오늘날 의미는 종종 '..


    관계의 무게 : 커피와 담배를 읽고 - 2

    ‘다른 각각의 기쁨을 지닌 같은 무게의 담배 스무 개비가 들어있는 담뱃값처럼, 그가 애인과의 관계만큼 나만의 관계도 비슷한 무게로 대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대립되거나 비교될 수 없는 각각이 유일무이한 사랑들, 스무 개비의 담배 같은 사랑들, 그런 망상을 끝도 없이 했지만 결국 나만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정은 중 관계의 무게는 담배의 무게와 같다. 나는 비흡연자지만, 모든 담배가 저마다의 ‘기쁨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좋아하는 누군가가 전해주는 서로 다른 ‘기쁨의 결’ 같은 것이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당사자들은 변함이 없지만, 관계의 무게는 시시각각 달라진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떤 마음으로, 왜 하느냐에 따라서 말이다. 담뱃값 안의 담배 한 개비들이..


    커피의 효용 : 커피와 담배를 읽고 - 1

    취준생이던 20대. 매일 같이 카페에 가곤 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기도 했지만, 공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카페에서 주는 스탬프들을 하나씩 모아가며, 다달이 골드 멤버가 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독립을 하여, 큼직한 창가로 따뜻한 햇살이 스며드는 카페의 문을 처음 열었을 때만 해도 말이다. 커피는 달았고, 인생은 썼다. 취업을 위해 많은 자기 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봤지만, 결국에는 번번한 불합격 소식으로 애가 달았다. 그럴 때면 모자를 눌러 쓰고서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곤 했고, 다달이 나가는 커피 값에 이마저도 사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커피의 효용은 카페인이 주는 각성 효과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커피는 언제나 곁에 머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했다. 인생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