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 앞의 불광천을 열심히 뛰고 있다. 응암역에서 출발하여 길고 곧게 뻗은 천을 따라 뛰다보면, 어느새 새절역을 지나 증산역에 다다른다. 부근의 다리 아래에서 한 템포 숨을 고르고 다시 뛰어 돌아오면 4킬로미터가 조금 못 되는 거리다. 그렇게 한밤 중의 러닝을 마치고 나면 숨이 차고 땀이 흠뻑 난다. 힘은 들지만 기분은 좋다.
러닝. 호흡을 하며 발을 길게 뻗어 나가는 행위는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한 발 한 발 그렇게 나아가는 일은 발 아래 빈 공간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일이다. 그렇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도로는 하나의 트랙이 되고, 발디뎌 다시 돌아갈 공간이 된다. 의미는 행위에서 생겨나고, 행위는 존재에서 비롯된다.
어디서 어떻게 출발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자신에게 도착하고 있으므로. 러닝은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하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늦은 밤까지 이곳을 숨 가쁘게 달리는 이들이 나뿐만은 아닌 것은. 한 번 달리기 시작한 이들이 웬만해서는 멈추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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