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낭만 ⏐ 일상 에세이 ⏐ 10
홀로 집을 지키는 늦은 밤. 서울에서 짐으로 부쳤던 스탠드를 꺼내 전원을 꽂았다. 은은한 노란 불빛이 방 안을 비추는 공간 속에서, 오랜만에 노트북이 아닌 노트에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집 근처 어느 문구점에서 샀던 연습장과 같은 노트를 뒤적이다 '갈급한 심령을 가볍게 위로하지 않고 어루만져 주는 것은 오직 사랑뿐이다.'고 적어 놓았던 문장을 발견했다.
심령이 존재의 한 상태라면, 갈급함은 세계를 향한 존재의 분투 즉, 낭만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낭만이란 세계라는 장벽 앞에서 심령이 갈급해하기를 멈추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에서 낭만이 실현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럴때에 누군가의 갈급한 심령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때로는 함께 시도하기도 하며, 낭만의 좌절로 표출되는 피상성의 깊이를 헤어리는 일은 사랑의 한 모습이리라.
글 머리의 문장을 고쳐 적어 본다. '갈급한 심령을 재단하지 않고, 시간을 들여 피상성의 깊이를 헤아리는 일, 이루어지지 않은, 어쩌면 이루어질 수 없는 누군가의 낭만과 함께 서는 일, 그것은 사랑이다.'
방 안의 스탠드를 늦게까지 켜두고 싶은 늦은 밤이 깊어 간다.
'기록 > 일상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솔루션을 제시하는 방법들: 철학과 창업 ⏐ 스타트업 아이디어 ⏐ 일상 에세이 ⏐ 11 (0) | 2020.01.05 |
---|---|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 일상 에세이 ⏐ 9 (0) | 2019.12.31 |
집이라는 공간 ⏐ 일상 에세이 ⏐ 8 (0) | 2019.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