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다시 올라온지도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났다. 휑하던 자취방에 몇 가지 필수적인 가구들을 들여놨고, 낯설기만 했던 동네도 조금씩 익숙해져 가고 있다. 내가 사는 곳은 큰 창문이 있는 복층 오피스텔인데, 사실 월세나 관리비가 저렴하지는 않은 곳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곳을 꼭 오고 싶어 했던 이유는 큰 창문으로 드는 햇살과 분리된 작업 공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만의 햇살과 공간을 갖는 일은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내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아침마다 햇살을 맞으며 눈을 뜰 수 있다는 것은 비록 피곤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한 일이다.
겨울이 지나간다. 따뜻한 봄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계절의 온기는 삶에 온기를 더해준다.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고개를 들어 새싹을 틔우는 생명들과 아름다운 향기를 품은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황량한 삶의 겨울을 지나는 이들에게 재기의 용기를 준다. 어쩌면 계절의 반복은 희망과 좌절 사이를 반복해서 오가는 우리의 삶과 닮은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소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겨울의 끝을 지나고 있으니까, 이제 곧 봄이 올 테니까. 봄이 되면 부모님이 서울에 한 번 오신다 하는데 귀여운 조카와 함께 벚꽃을 보러 가고 싶다.
나는 올해도 어쩌다보니 프리랜서로 살고 있다. 그러려던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게 이십 대를 지나 삼십 대에 접어든 나의 삶인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애매하게 흘러가고 싶지는 않다. 최선을 다하고 싶다. 후회 없는 순간들을 보내고 싶다. 2021년. 프리랜서를 정체성으로 삼고 살아가며,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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