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프리랜서의 하루, 보다 정확하게는 나의 하루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 생활 패턴이 조금 바뀌었다. 원래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그리 건강하지 못한(?) 패턴을 갖고 있었는데, 요즘에는 저녁 12시에서 1시 사이에 자고 아침 8시에서 9시 정도에 일어나는 나름 건강한(?) 패턴을 갖게 되었다. 사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늦게 일어나는 것보다 건강한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게 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환한 빛 때문이다. 아무리 늦게 자더라도 해가 뜨기 때문에 8시 근방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이렇게 일어나는 시간이 정해지다 보니 자연스레 잠자는 시간도 어느 정도 규칙적이게 되는 예기치 않은 수면-기상 패턴이 생겼다.
사실 프리랜서가 정해진 시간 일정 없이 지내다 보면 가장 먼저 불규칙적이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수면-기상 패턴인데, 따라서 다소 규칙적인 생활을 원하는 프리랜서라면 이러한 채광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려주는 햇살은 프리랜서에게는 어쩌면 거의 유일하면서도 소중한 동료와 같은 존재다. 요즘에는 프리랜서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코로나로 집에 있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한 공간에 오래 머물게 된다면, 그 공간에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빛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나의 하루를 묘사해본 것이다.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면 바로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켠다. 그렇다고 바로 일을 하는 건 아니고, 모니터를 보며 과일을 몇 개 까먹고, 우유를 한 잔 마신다. 그리고는 어제 하룻동안 널브러져 있던 책상 근처의 각종 잡동사니들을 살짝 밀어 넣고 오늘의 작업 공간을 확보한다. 마지막으로 커피 한 잔을 준비해왔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할 시간이다. 캣툴에 들어가 오늘 해야 할 번역 일들을 살펴보고, 대략적인 하루의 타임라인을 계획하고 시작한다. 번역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건 작년 말부터이지만, 실제 햇수로는 3년째 하고 있다 보니 용어나 문장들이 어려워 막히는 경우는 이제 거의 없다. 그렇게 1시 정도까지 집중해서 번역을 계속한다. 아침이라 나름 머리가 잘 돌아가고, 번역이 잘 되는 타이밍이다. 이때 가급적 많은 번역을 해두는 게 좋다.
점심. 번역 일은 생각보다 배가 고파지는 일이다. 칼로리 소모가 크기 때문일까. 어쨌거나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오늘의 점심 메뉴를 물색한다. 보통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다. 몇 번 동네 식당에 가서 먹어본 적도 있었지만, 밥집으로 정착할 만한 곳을 찾지는 못했고, 또 밖에 나가려면 제대로 씻고 옷도 입고 해야하는데 그렇지 않고도 일할 수 있는 프리랜서의 최대 장점을 빠르게 포기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게 점심을 먹고난 다음에는 몽롱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 또다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오후의 작업을 시작한다. 이쯤 되면, 하루에 적어도 2~3천 자를 번역하게 되는데 슬슬 손목이나 손가락, 허리가 아파오는 것도 있지만 어느 시점부터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땐,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거나 팔 굽혀 펴기를 몇 개 하거나 아니면 짧게 낮잠을 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저녁때까지 해야 할 번역들을 한다.
저녁. 프리랜서 번역가로 처음 일하게 되었을 때는 마감 시간이 따로 없었고, 저녁에 일이 들어오면 당장에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급한 일이 아니라면, 가급적 저녁을 먹은 다음부터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물론, 나는 일을 받아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와 일정을 적극적으로 조율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도 내게 들어오는 번역 일들은 보통 최소 24시간 내의 기한이 있는 것들이어서 대부분은 다음 날에 모두 처리할 수 있다. 프리랜서는 이렇게 언제 일을 하고, 일을 하지 않을지를 미리 정해놔야 일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 저녁을 먹은 다음부터는 자유 시간이다. 쉴 때도 유튜브를 보거나 영화를 보니 그렇다고 모니터 앞을 떠나는 건 아니지만, 요즘에는 운동도 하고 날이 조금 풀려 바깥에 나가 산책도 하고 있다.
이렇게 적고보니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게 참 괜찮은 일인 것도 같다. 골치 아픈 상사나, 이기적인 동료들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일은 없으니 말이다. 또한, 어느 정도 일정을 자유롭게 조절하며 일할 수 있고, 노트북 하나만 있다면 원하는 곳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다. 특별히 번역 프리랜서로의 일은 해야 할 일이 분명하여, 일의 시작과 끝이 명확핟는 점이 만족스럽다. 그러나 프리랜서로서 고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일반적인 직장에 다니는 이들 못지 않게 여러 고충이 있을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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