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장거리 비행과 각종 릭샤들로 혼란한 뉴델리의 정국(?) 탓에 하루 종일 잠을 잘 줄 알았건만, 인도 시각으로 아침 8시(한국 시각은 11시 30분)가 되자 눈이 떠졌다.전날 호스텔 앞에서 산 바나나를 몇 개를 아침으로 먹었다. 어제는 온수기를 켜는 방법을 몰라 찬 물로 샤워를 했는데, 오늘은 온수기를 켰음에도 따뜻한 물이 잘 나오지 않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고 호스텔을 나섰다.
오늘은 앞으로의 여행을 위해 휴대전화 유심을 구매하고 환전을 해야 했다. 한국인들이 모이는 인도 카페에서 미리 봐둔 곳이 있어 지도에 찍어 놓고 찾아갔지만, 내가 못찾은 것인지 아니면 9시가 넘은 시각이 여전히 이른건지 원하는 가게를 찾을 수 없었다.
먼저 환전. 간판을 보고 몇 군데 가게에서 가격 비교를 한 환전을 했다. 100달러를 7100루피에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총 200달러를 바꾸고 60루피를 수수료로 지불한 다음 14200루피를 건네 받았다.
다음으로 유심 개통. 어느 작은 가게에 들어가서 인도를 3개월 간 여행할 계획이라하며 물어보니 보다폰을 추천해줬다. 3개월 간 매일 1.5GB 데이터에 통화와 문자 무제한 사용 조건 요금제로 900루피를 지불했다. 원래는 1,000루피를 불렀는데 다른데 비교해 보고 온다고 말하니까 100루피를 깎아줬다. 알고보니 3달 기준으로 정식 요금제는 600루피였다. 대신 다른 블로그 후기처럼 개통에 몇 시간이 걸리지 않고, 30분 만에 개통이 됐다. 그 사실로 위안을 삼아 본다.
유심 가게에는 어느 릭샤 아저씨와 함께 왔다. 오전에 빠하르간지를 정처없이 돌아다니다 주차된 릭샤 사진을 찍던 중 이었다. 그렇게 릭샤 운전수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고 사진 한 장을 찍어드렸더니, 이야기를 건네셨다. 잠시 뒤 영업을 당해(?) 아저씨 릭샤를 이용하게 됐다. 사실 이런 식으로 릭샤를 이용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Agrasen ki baoli라는 원래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의 사진을 보여줬기에 그냥 타기로 했다. Agrasen ki baoli는 과거 가뭄에 대비해 물을 저장해 두는 계단식 건축물이었다.
뉴델리의 다른 랜드마크에 방문하는 것에는 구미가 그닥 당기지는 않았지만, 아저씨가 자꾸 다른데도 가자고 하기도 했고, 이왕 릭샤를 탄 김에 여러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인도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에 속하는 자마 마스지드(Jama Masjid)에 먼저 방문했는데, 카메라가 두 개라고 입장료 600루피를 내라고 했다. 게다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가이드를 고용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고 '표 걷는 사람'이 엄포를 놓기도 했다. '뭔 소리냐. 저번에는 그냥 갔는데.'하니까 '허허.' 웃으면서 그냥 가라고 했다. '허허.' 역시 인도다.
자마 마스지드를 한 바퀴 돌아보고 나오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어떤 사람이 100루피를 달라한다. 이건 또 뭔소린가 싶었더니 내가 안에 들어가 있는 동안 문 앞에 벗고 간(이슬람 사원 방문시에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 신발을 자신이 지켜봐주고 있었단다. 그래서, '허허. 무슨 소리에요.' 하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도 '허허'하고 웃었다. '허허.' 인도에서는 그렇게 웃을 일이 많이 생긴다.
다음으로 레드 포트(Red Port)에 갔다. 레드 포트는 안에 들어가는 것보다 근처에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는게 더 흥미로워 보여 밖에서 어슬렁 거리며 사진과 영상을 담았다. 한 시간 정도 있다가 오니 오토 릭샤 아저씨가 딴데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근처 가게에서 10루피를 내고 짜이 한 잔을 마시고,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참고로 나는 아저씨에게 자그마치 700루피를 주고 여기저기 관광지를 돌아보기로 결정한 터였다!
하지만 간밤의 피로가 덜 풀린 탓인지 금방 지쳐버렸고, 결국 점심을 같이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점심은 어쩌다보니 또 내가 사기로 했다. 아저씨는 맥주를 마시고 싶어했는데, 그렇게 치킨 커리와 난(2인 210)에 킹 피셔 맥주 두 병(2인 220루피)를 내고 구매하여, 어느 건물 옥상에 걸터 앉아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해서 아저씨에게 자그마치 1000루피 정도(약 1만 7천원)가 흘러갔다. 음식은 그렇다 해도 릭샤 비용으로는 분명 과한 비용이었다. 맘 같아서는 조금 더 깎고 싶었지만, 매일 400루피를 내고 오토 릭샤를 임대해 영업하신다길래 다른데서 경비를 조금 아끼자는 생각으로 그냥 드렸다.
숙소에 돌아와 한 시간 정도 잤다. 사진과 영상을 편집하다가 펀자브에서 온 인도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북한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인도 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해서, 음식 맛은 괜찮은데 밥알이 찰지지 못하고 너무 날라다녀(fluffy) 조금 먹기 힘들다 말했더니 카레에 비벼 먹기 때문이라는 명쾌한 답을 줬다.
'여행 > 🌎 세계 여행기 S1 (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델리의 코넛 플레이스⏐ 인도 여행 ⏐ 세계 여행 D+3 (0) | 2020.01.20 |
---|---|
혼돈의(?) 뉴델리 입성 ⏐ 인도 여행 ⏐ 세계 여행 D+1 (0) | 2020.01.17 |
해외 여행과 전자기기, 그리고 여행 ⏐ 여행 에세이 ⏐ D-31 (0) | 2019.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