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하지 못하는 걸까?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 밥을 먹고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던 중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귀하는 재검사 대상입니다.’ 어제 받았던 PCR 검사 결과였다.
검색을 조금 해보니 코로나 초기 또는 코로나에 걸렸다가 낫고 있는 시점에 기준치 미만의 코로나 균이 검출되는 경우라 했다. 또는 검사체가 오염되었거나 단순 실수일 수도 있다 했다.
친구들과 헤어지고서 근처의 호텔에서 1박을 했다. 내일이면 드디어 출국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준비해왔는데 양성 판정을 받으면 출국이 불가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되면 환불 불가 조건을 걸고 할인을 받아 구매했던 항공권과 호텔에 쓴 100만원 가량을 잃게 될 것이고, 무엇보다도 이번 출국을 위해 준비했던 모든 시간과 계획이 물거품이 될 터였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냈다. 못 가겠구나라는 생각에, 그럼 이제 어디로 갈까 하는 고민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고, 캐리어 하나, 백 하나 들고 온 지금 이대로 서울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어쨌거나 이번 사건은 아주 큰 동기부여가 됐고, 어쩌지 싶던 마음은 괜찮다는 마음으로 정돈되어 갔다.
다음 날 아침 7시 무렵. ‘재검사 결과 음성'이라는 검사 결과를 안내 받았다. 음? 갈 수 있다고? 너무 들었다 놨다 하는군요.
짐을 챙겨 호텔을 나왔다. 전에 살던 집에 안 쓰던 아이폰을 놓고 와서 가지러 가야했고, 이번 제주 여행 때 찍은 필름 인화도 해야 했다. 또 환전도 해야 했는데, 동선이 꼬일대로 꼬여서 결국 몇 시간에 걸쳐 서울 한 바퀴를 꼬박 돌았다.
공항에 와서는 자리를 잡고 일을 했다. 회사에 출국한다고 말하지 못했는데, 결국 하루 빼달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었다. 기존에 업무를 맡던 분들이 인수인계를 모두 마치고 빠진 상황에서 내가 빠지면 백업해 줄 인력이 없었다. 또한 이번주는 중국 노동절이 껴 있어 일이 거의 없다시피 했고(그야 말로 휴가 같은 주였다), 밀려있던 업무가 어제와 오늘 하나씩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콘센트가 있는 구석에 자리를 잡고 게이트에 입장해야 하는 시간 전까지 계속 일을 했다.
진짜 가는 건가 싶었던 출국이었는데 하나 둘 보이는 외국인들의 모습과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의 말을 들으며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발리로 가는 직항이 없어 베트남 호치민으로 간 다음 비행편을 갈아 탄다. 호치민까지 5시간. 호치민에서 다음 날 아침까지 대기 9시간(이 때 뭐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그리고 호치민에서 발리 덴파사르까지 다시 4시간이다.
잠 못 자고 출국 전까지 일을 했기 때문인지 6시가 막 넘은 지금 시각부터 눈꺼풀이 무겁다. 어서 비행기에 몸을 싣고 눈을 감고 싶다.
'여행 > 🏝️ 발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치민 공항에서 쓰는 글 🇻🇳 (0) | 2022.05.09 |
---|---|
발리 입국 준비하기 (코로나 편) 😷 (0) | 2022.04.27 |
발리 입국 준비하기 (비자 편) 🛬 (0) | 2022.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