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천문학자 로버트 윌리엄스는 별 너머의 공간을 탐구하기 위해 허블 우주 망원경을 돌렸다. 그는 궁금했다. "정말 저 별 너머에는 아무 것도 없을까?"
그는 가장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구역을 향했고, 10일 동안 총 342번의 노출을 거쳐 아래와 같은 사진 '허블 딥 필드(Hubble Deep Field)'를 촬영했다.
무모했던 그의 시도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저 우주의 작은 한 조각'에 무려 3천개가 넘는 은하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하나의 은하는 보통 수십억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실제로 이 작은 한장의 사진에는 수조 개의 별이 있는 셈이다.
허블 울트라 딥 필드, 사진 한 장에 우주를 담다
천문학자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우주의 빈 공간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03년부터 2004년까지 '텅 비어 보이는 구역'을 800번 이상 촬영했는데, 그렇게 얻어진 것이 아래의 허블 울트라 딥 필드(HUDF)다.
총 노출 시간은 100만초로, 하루로 치면 약 11일 간 한 지점을 촬영했다. 상당히 광활해보이는 공간이지만, 실은 보름달의 2% 정도 되는 좁은 영역을 촬영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작은 공간에서도 1만 개가 넘는 은하가 발견되었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보는 이 사진은 무려 130억 년 전의 우주에서 도달한 것이라는 것.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우주
HUDF 사진은 우주에 은하가 최소 2,500억 개 이상 존재할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하게 했다. 이후 더 멀리 있는, 더 오래된 우주를 촬영하려는 시도가 이어졌고 이로써 허블 익스트림 딥 필드, 허블 프론티어 필드 등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하늘의 아주 작은 일부에도, 사실은 수천 개의 은하가 있었다. 여전히 우리는 이 우주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았다."
허블 망원경은 어떻게 사진을 찍었을까?
허블 망원경은 우주에 떠 있다. 지구의 대기나 자전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한 지점을 촬영할 수 있다. 따라서, 미약한 빛을 모으고 모아 사진을 촬영했다.
이건 일종의 시간 여행이라고도 할 수 있다. 빛이 1초에 약 30만킬로미터를 가기 때문에, 130억 광년 떨어진 천체의 사진은 곧 130억 년 전의 빛을 지금 본다는 의미와 같다. 즉, 허블 망원경으로 촬영한 HUDF 사진은 130억 년 전, '우주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는 셈이다.
'기록 > 아카이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도 타다오와 건축 철학: 청춘과 건축의 의미 (0) | 2025.03.19 |
---|---|
꼬냑 '이제는 알고 마셔보자' (0) | 2025.03.13 |
에드워드 호퍼와 10가지 대표 작품 소개 (1) | 2024.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