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여행을 떠나며 ⏐ 일상 에세이 ⏐ 12

    1. 떠남은 영원할 것 같았던 익숙한 일상의 시간과 공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하나의 가능성을 인식하게 한다. 그리하여 잠시나마, 정신없이 달려가던 삶의 궤적 위에서 달음질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게 한다. 떠나고 싶지 않은 애틋한 순간에 대한 아쉬움이 다가올 변화에 대한 기대로 대체되지 않는 순간에도 떠나가야 할 시간은 다가온다. 작은 매듭을 하나 만들어 둔다. 기약期約하는 것이다. 글을 남겨 둔다. 기억하려는 것이다. 어쩌면 기약하는 것은 기억하려는 것과 같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2. 떠남을 앞두고 릴케의 말을 곱씹어 본다. 당신은 아직 매우 젊고, 모든 일을 시작하기 전입니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당신에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당신 마음속의 해결되지 않은 모든 것에 대해서 인내를 가져주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