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담배를 읽고: 무인도에 혼자 가야 한다면 커피와 담배도 가져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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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로 살아가며 중독에 빠진다. 그것이 일상 생활에 미치는 정도에 따라 경증 중독, 중증 중독이라 나뉘는데(참고로 방금 내가 만들어 본 분류다), 폭넓게 보자면 커피나 담배, 술이나 게임 등이 경증 중독에 도박이나 마약 등이 중증 중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독은 사실 중독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닌 듯 하다. 중독에 대한 사회적 판단을 차치하고 본다면, 이러한 선택은 마치 방 안에 닫혀 있던 창문을 여는 행동과 유사해 보인다. 그렇게 잠시나마 환기를 하며 다른 세계로 떠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경증 중독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커피와 담배는 나름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며 각성 효과를 준다는 점에서, 삶의 활력소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핀..
의미와 재미: 커피와 담배를 읽고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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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와 재미는 종종 반대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어떤 일은 의미는 있지만 재미는 없고, 의미는 없지만 재밌는 일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의미와 재미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시야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개념이다. 초등학생 시절, 나는 딱지 치기를 좋아했다. 당시 초딩들 사이에서는 복도를 한 가득 관중들로 메운 시끌벅적한 딱지 치기 대회가 열리곤 했다. 당시엔 좋은 딱지를 뽑아보겠다고 여러 문방구를 전전하고, 집에 와서도 딱지 생각만 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그때의 딱지 치기는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이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딱지를 잘 치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의미있고, 또 재미있는 일이었다. 결국 의미와 재미는 '시간 속의 상대적' 개념인 것이다. 오늘날 의미는 종종 '..
관계의 무게 : 커피와 담배를 읽고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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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각각의 기쁨을 지닌 같은 무게의 담배 스무 개비가 들어있는 담뱃값처럼, 그가 애인과의 관계만큼 나만의 관계도 비슷한 무게로 대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대립되거나 비교될 수 없는 각각이 유일무이한 사랑들, 스무 개비의 담배 같은 사랑들, 그런 망상을 끝도 없이 했지만 결국 나만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정은 중 관계의 무게는 담배의 무게와 같다. 나는 비흡연자지만, 모든 담배가 저마다의 ‘기쁨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좋아하는 누군가가 전해주는 서로 다른 ‘기쁨의 결’ 같은 것이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당사자들은 변함이 없지만, 관계의 무게는 시시각각 달라진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떤 마음으로, 왜 하느냐에 따라서 말이다. 담뱃값 안의 담배 한 개비들이..
커피의 효용 : 커피와 담배를 읽고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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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이던 20대. 매일 같이 카페에 가곤 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기도 했지만, 공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카페에서 주는 스탬프들을 하나씩 모아가며, 다달이 골드 멤버가 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독립을 하여, 큼직한 창가로 따뜻한 햇살이 스며드는 카페의 문을 처음 열었을 때만 해도 말이다. 커피는 달았고, 인생은 썼다. 취업을 위해 많은 자기 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봤지만, 결국에는 번번한 불합격 소식으로 애가 달았다. 그럴 때면 모자를 눌러 쓰고서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곤 했고, 다달이 나가는 커피 값에 이마저도 사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커피의 효용은 카페인이 주는 각성 효과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커피는 언제나 곁에 머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했다. 인생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