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이던 20대. 매일 같이 카페에 가곤 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기도 했지만, 공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카페에서 주는 스탬프들을 하나씩 모아가며, 다달이 골드 멤버가 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독립을 하여, 큼직한 창가로 따뜻한 햇살이 스며드는 카페의 문을 처음 열었을 때만 해도 말이다.
커피는 달았고, 인생은 썼다. 취업을 위해 많은 자기 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봤지만, 결국에는 번번한 불합격 소식으로 애가 달았다. 그럴 때면 모자를 눌러 쓰고서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곤 했고, 다달이 나가는 커피 값에 이마저도 사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커피의 효용은 카페인이 주는 각성 효과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커피는 언제나 곁에 머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했다. 인생이 아무리 쓴 순간에도 찾고자 할 때면, 커피는 번번이 손을 내밀었다. 나는 한 번도 커피를 포기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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