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루이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읽으며 책 읽기와 글쓰기의 함정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읽기와 쓰기는 기본적으로 사고를 넓히고, 생각의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이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함정이 존재한다. 바로, 삶을 머릿속에 가둬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삶은 정말로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이 되며, 인간은 점차 무기력해지고 만다. 앎과 실천은 사실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인간은 아는 만큼, 아는 대로 살아가는 존재다. 아는 만큼 살아가지 못한다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환자가 어떤 것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게 막는 일이다. 이 새로운 회개에 대해 아무리 생각을 많이 한들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한 전혀 문제 될 게 없어. 그 하찮은 짐승이 자기 머릿속에서만 뒹굴게 하거라. 글재주가 눈곱만큼이라도 있거든 이 경험에 대해 책을 쓰게 하고. 글쓰기는 원수가 영혼에 심은 씨앗을 말려 죽이는 데 종종 탁월한 효과를 내니까. 느끼기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질수록, 점점 더 행동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결국에는 느낄 수도 없게 되지. - C.S. 루이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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