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각각의 기쁨을 지닌 같은 무게의 담배 스무 개비가 들어있는 담뱃값처럼, 그가 애인과의 관계만큼 나만의 관계도 비슷한 무게로 대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대립되거나 비교될 수 없는 각각이 유일무이한 사랑들, 스무 개비의 담배 같은 사랑들, 그런 망상을 끝도 없이 했지만 결국 나만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정은 <커피와 담배> 중
관계의 무게는 담배의 무게와 같다. 나는 비흡연자지만, 모든 담배가 저마다의 ‘기쁨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좋아하는 누군가가 전해주는 서로 다른 ‘기쁨의 결’ 같은 것이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당사자들은 변함이 없지만, 관계의 무게는 시시각각 달라진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떤 마음으로, 왜 하느냐에 따라서 말이다. 담뱃값 안의 담배 한 개비들이 모두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두 달라지는 것처럼.
절대적인 두 존재는 상대적인 관계를 맺는다. 그러한 관계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 열린 태도를 갖고 서로를 한정 짓지 않는 것. 이는 서로를 더 잘 사랑하기 위한 하나의 출발점이 아닐까.
'책 > 책 읽고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미와 재미: 커피와 담배를 읽고 - 3 (0) | 2020.07.13 |
---|---|
커피의 효용 : 커피와 담배를 읽고 - 1 (0) | 2020.07.11 |
스쿠르테이프의 편지를 읽으며: 책 읽기와 글쓰기의 함정에 대하여 (0) | 2020.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