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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글쓰기, 그 자체가 의미있는 이유 ⏐ 일상 에세이 ⏐ 39
속도를 내기 전에 중요한 것은 달려가고 있는 방향을 점검하는 일이다. 모든 것이 앞을 향해 나아가기만 하는 사회에서 글쓰기는 종종 뒤를 돌아보게 한다. 내 앞에 던져지는 '그래서 얼마나 빠르게 잘 해낼 것인가?' 하는 사회적 물음 앞에서 나에 대한 글쓰기는 '그것이 그러한 방식으로 내게 꼭 필요한 일인가?' 되묻게 한다. 나에 대한 글쓰기는 나의 바깥을 둘러싼 물음들로부터 자신을 가다듬는 시도다. 나를 둘러 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수식어들을 걷어내고, 꼭 필요한 것만을 곁에 두기로 선택하는 일.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한 방향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해 두는 일. 지난 나의 행동을 돌아보며, 때로 칭찬하고 반성하는 일. 누가 나의 글을 보지 않더라도, 나에 대한 글쓰기 그 자체가 의미있..
몸과 정신의 균형 ⏐ 일상 에세이 ⏐ 38
우리는 균형을 지향하는 존재다. 적절함, 이라는 상대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절대적인 기준점을 지향하는. 대학에 다니던 때, 나는 공부보다 여러 사상과 철학에 빠져 그것들을 골똘히 생각해보기를 좋아했다. 사상가와 철학가들은 저마다 하나의 삶을 관통하는 진리를 주장하곤 했다. 그것들이 한편으로는 맞고 한편으로는 틀렸다는 걸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내가 앎이라는 정신적 활동에 몰입하는 동안 그토록 불행했던 적은 내 삶에 또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대인기피증에 걸린 것처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했고, 수많은 대학 동기들의 바깥에서 아싸가 되어 서성거리곤 했다. 전환점은 영국으로 떠난 워킹홀리데이였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진정한 몸의 자유라는 것을 맛보았고, 동시에 정신의 자유 또한 몸과의 균형에서 비롯..
[프리랜서 일지] 11. 이번 달엔 무엇을 했을까? 5월 정산
어쩌면 생각보다 단조로운 나날이었지만, 그 안에서는 크고 작은 파도가 일었던 한 달이었다. 이제 나는 직업적 타이틀에 종속되지 않고, 어떻게 하고 싶은 일을 비즈니스로 구축해 가는 지에 대해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성과가 별로인 시도도 있었고, 좋은 성과를 냈던 시도도 있었다. 쇼핑몰 출시 출시를 완료했다. 저번주부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광고를 진행 중인데 판매되는 제품은 아직 없다. 애초에 해외 사용자를 대상으로 출시한 것이 무리였던 걸까? 이제 친구와 목표로 했던 기간이 한 달 남았다. 더 길어지면 (얼마 없는 재고이지만) 구매한 제품들을 한국으로 들여와 판매를 해야 할 거 같다. 어쩌면 이번을 마지막으로 동업은 그만할 거 같다. 누구의 방향도 틀린 것이 아닌데, 그것 때문에 줄다기리를 할 때면..
[프리랜서 일지] 10. 시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자유로운 글쓰기를 좋아한다. 그 이유는 머리와 마음에서 떠오르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여, 전혀 예상치 못한 문장으로 글을 끝마치게 되기 때문이다. 시야를 조금 넓혀 본다면, 이처럼 문장을 이어가며 글을 쓰는 행위가 실은 우리의 삶과 무척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삶이라는 한 편의 글 속에서 매일같이 새로운 문장들을 써내려 간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며 내리는 크고 작은 선택과 결정들은 사실 하나의 문장들인 것이다. 낯선 문장과 함께 태어나 예상할 수 없는 문장과 함께 떠나가는 일인 글쓰기는 태어나서 살아가다 죽는 우리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일과 닮았다. 물론, 현실은 정제된 글보다 통제될 수 없는 변수를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는 곳이지만, 변치 않는 한 가지 사실은 삶의 모든 선..
[프리랜서 일지] 9. 요가와 내 몸 안의 가능성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일은 흔히 아주 쉬운 일로 치부되곤 하지만, 하루 종일 손가락만을 움직이는 일을 하고 있노라면 손가락뿐만 아니라 손목까지 통증이 전해져 온다. 그럴 때는 깍지를 켜고 손을 치켜올리거나, 벽에 손가락을 대고 힘껏 밀어주곤 하는데 이러한 짧은 스트레칭 효과는 몇 분도 채 가지 않는다. 요즘 내가 요가를 시작한 이유다. 손가락부터 시작해서 손목, 어깨로 이어지는 뻐근함을 얄팍한 스트레칭으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사실 처음에는 요가 생각은 전혀 없었고, 운동을 해야겠다는 목적으로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힘이 드는 운동을 할 때면 어깨 한쪽이 다른 쪽보다 유독 뻐근했는데, 피티를 받던 중 병원에 가보라는 조언을 듣게 되었다. 병원에서 근전도 검사까지 포함한 엄청난 검사들을 진행하고 ..
운동의 시대는 여전히 유효한가 ⏐ 일상 에세이 ⏐ 37
지난 한국 정치에 관한 글을 읽을 때면, 소위 말하는 '운동'이라는 용어를 자주 발견한다. 그러한 '운동권'에서 자란 적 없는 세대인 나는 주장으로써 이데올로기가 사람들을 지배하고, 특정 계급의 행동 양식을 규범화하는 일종의 종교적 시대가 있었구나 하곤 한다. 오늘날 우리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아래에서 살아가지만, 이와 공존하는 다른 이데올리기의 다양성과 실재성은 이전의 무엇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거칠게 말해, 전과 같은 '운동'은 당분간 유효하지 않을 것인데, 자본주의에서는 그러한 운동 또한 하나의 다양한 계급적 투쟁 정도로 치부되기 때문이며, 실제로 그러한 운동들은 다수의 감흥을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변화와 혁명을 위해서는 가진 것보다 잃을 것이 없는 이들이 다수가 되어 이를 정의로운 수..
[프리랜서 일지] 8.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
사람들은 보통 꿈을 이야기하며,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런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러한 질문이 어딘가 모순적이라 생각하는데, 하고 싶은 '일'이란 있기가 참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자아를 찾고, 다소 거시적인 미래를 내다보며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보통 '무엇을 하고 싶어?'라는 사회적 질문을 당연하게 수용한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다면 애초에 그 질문을 골똘히 생각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추천한다. '일을 해야 한다면, 어떤 일을 할까? 내게 남은 시간이 1년이라면, 그 시간에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놀랍게도 자유와 욕구(하고 싶은 일)가 아닌 책..
스마트폰 중독과 과다한 인풋 ⏐ 일상 에세이 ⏐ 36
프로젝트 100에 참여하고 있는 요즘, 필사를 하면서 베껴쓰고 있는 문장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깨닫는다. 머릿 속에 부유하는 잡념들 때문인데, 그 대부분이 어제 본 쓸모없는 뉴스들, 오늘 본 자극적인 콘텐츠들의 잔상이다. 쓴 일본의 사상가이자 작가 사사키 아타루는 '정보는 명령'이라는 말을 했다.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는 수 많은 정보들이 시간과 생각을 통제한다. 스마트폰은 하루에도 수십개씩 알람을 보내고, 더는 새로울 것이 없는 피드를 반복하여 새로고침하게 만든다. 과다한 인풋, 생각의 사로잡힘, 가시지 않는 피로. 그리하여 우리는 오래된 브라우저처럼 온갖 웹사이트의 캐시들을 온 몸에 가득 채운채 무거운 몸과 혼탁한 정신을 갖고 살아가게 된다. 과다한 인풋을 통제하고, 꽉 찬 휴지통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