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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난과 성경의 인물들, 시편 18편 1~2절 묵상 ⏐ 일상 에세이 ⏐ 23
나의 힘이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시요. 나를 건지시는 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요. 내가 그 안에 피할 나의 바위시요. 나의 방패시요. 나의 구원의 뿔이시요. 나의 산성이시로다. (시편 18:1~2) 우리는 때로 어찌할 수 없는 환난을 겪는다. 노력의 결과가 실패일 수도 있고, 갑작스레 실직을 하거나 부도가 날 수도 있고, 사기를 당하거나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환난이라는 결과가 나의 의지 밖에 속수무책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어찌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밖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내가 아닌 나 밖의 더 큰 세계를 다시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이내 주눅이 들고,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고 만다. 그럴 ..
부모님과의 산책 ⏐ 일상 에세이 ⏐ 22
요즘 부모님과 함께 산책을 나가고 있다. 일명 엄마의 건강 챙기기 프로젝트에 아빠와 함께 동참하고 있는 셈인데, 집 앞 천변을 한 시간 정도 함께 걷다가 중간에 근력 운동을 조금 하고 오는 식이다. 봄이 왔는지 산책로 곳곳에 꽃이 피어 있었다. 나는 하나도 알지 못하는 풀과 꽃의 이름들을 엄마는 알고 있었고, '이것 봐!'하면서 정말 아름다운듯이 감탄해 하는 모습이 나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엄마는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것 같은 풀들이 예쁘다고 말했다. 가장 체력이 좋은(?) 아빠가 앞장서서 걷고 우리는 열심히 그 뒤를 따라 걸었다. 오늘은 천변 옆에 있는 길을 따라 걷다가 작은 산에 새롭게 올랐는데, 이제 막 핀 꽃 향기 냄새가 진동하는 곳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는 무척이나 힘들어 했다...
우울증과 불안,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테드 명강의 추천 ⏐ 일상 에세이 ⏐ 21
우울증과 불안은 이제 너무도 익숙한 일이지만, 동시에 익숙해져서는 안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견디기 힘들어 할까? 우울증과 질병적 불안이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이에 대해 성급히 이야기 하는 것은 섣부른 행동일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날 최선이라 여겨지는 처방전은 병원에 가서 전문의를 만나고, 상담을 받고, 약을 복용하는 것이다. 현대적인 처방이다. 그러나 문제가 전혀 없진 않아 보인다. 영상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모든 우울과 불안에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약물을 복용하는 건 처방책이지 전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이유다. 인간에게는 욕구가 존재한다. 욕구란 본질적으로 '생명'을 건강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내면적인 반응이다. 배가 고프면 음식을 먹고..
카프카 "초조해 하는 것은 죄다"⏐ 일상 에세이 ⏐ 20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카프카는 이듬해인 1907년 보험 회사에 취업한다. 카프카는 일을 마치고 틈틈이 글을 썼는데, 진정으로 문학을 하고 싶어 했다. 1917년 결핵을 진단받고 4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제는 '대문호'라 일컬어지는 카프카지만, 그의 작품은 당시엔 거의 묵살되다시피 했으며,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는 친구에게 '자신의 모든 글을 불태워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카프카의 대표작 이라는 소설은 어쩌면 그렇게 쓰여질 수밖에 없던 카프카 자신이었을 것이다. 그런 카프카는 '초조해하는 것은 죄다.'고 말한 바 있다. 초조함에 대하여 초조함이란 다름 아닌 지금, 당장의 시간에 어찌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다. 초조함이 계속되면 불안이 시작된다. 불안은 초조함의 일상화로 ..
김초엽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를 읽고: 우리는 왜 이 지구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여기 지구 밖 한 마을이 있다. 유토피아라 불릴만한 이상적인 공간에는 차별과 배제가 없다. 이곳 사람들은 생에 한 번 '지구'로 순례를 떠난다. 어지럽고, 혼란스럽고, 무엇보다도 다툼과 분쟁이 발생하는 지구로 말이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그러한 지구에서 살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안정과 평화를 버리고, 혼란과 고통을 택한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더 나은 인간이 되려는 개조의 욕망 소설의 화자 데이지가 사는 마을은 한 바이오해커 릴리에 의해 만들어졌다. 얼굴에 있는 흉터 때문에 따가운 시선을 경험하며 자랐던 그녀는 '흠이 없고 완벽한, 개조 인간'을 만드는 해커로 활동했다. 이로써 릴리는 엄청난 부와 명성을 쌓았다. 그렇게 세상에는 '신인류'로 가득한 새로운 구획이 형성되었고, '개조되지 못한 이'들은 주변..
운명이란 해답 ⏐ 일상 에세이 ⏐ 19
운명이란 것을 전혀 믿지 않지만, 때로는 운명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야 하는 순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삶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정체된 순간 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그 무엇을 움켜쥐지 않았기에 어쩌면 삶이란 게 멈춰버린 것이고, 그것을 움켜쥐어야만 삶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요. 김영하는 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라는 것. 귀환의 원점 같은 것은 없다는 것. 이제는 그걸 받아들이기로 한다.'고요. 소설가처럼 운명론에 철저하게 반대할 수 있는 이들도 없을 것이지만, 그는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운명을 수긍하기로 합니다. 그러면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아니, 그래야만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도, 그의 문장도 말입니다. 삶에 정답은 없지만,..
코로나 19 해외 여행은 언제쯤 다시 갈 수 있을까?
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해외 여행은 과연 언제쯤 다시 갈 수 있을까? 밤낮으로 수고하시는 의료진들의 노고와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그리고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그 때문인지 조만간 돌아오는 황금 연휴에 제주도로 떠나는 항공료도 치솟았다고 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여행을 자제하는 편이 바람직하지만, 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지금, 언제쯤 맘 놓고 다시 여행을 갈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게 사실이다. 빠르면 여름? 혹은 2021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누군가는 국내 여행은 여름 경부터 가능할 수도 있을 거라 보고, 해외 여행은 2021년이나 되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누구도 이를 정확히 예..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무한한 우주와 적막한 기다림의 시간에 대하여
김초엽 은 우주 정거장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170세 노인 '안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녀는 우주선을 둘러싼 공간을 왜곡하는 워프 버블을 개발했던 연구자였다. 워프 버블을 이용한 항법은 빛보다 빠르게 다른 은하에 도달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연구는 성공적이었고, 많은 이들이 이를 통해 전에는 갈 수 없었던 새로운 행성계로 이주해갔다. 거기엔 안나의 가족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안나는 연구를 마치고 가족과 합류하려 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기술인 웜홀 항법이 도입된 터였다. 문제는 웜홀 항법을 통해서는 가족들이 옮겨간 슬렌포니아로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웜홀 항법은 워프 항법과는 다르게 우주에서 정해진 통로를 통해 공간을 이동하는 방법이었는데, 슬렌포니아로 가는 웜홀은 없었기 때문이다. 비용과 효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