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대체 그 많은 돈으로는 무얼 하시나요?"
"자유. 자유를 사고, 내 시간을 사요. 그게 가장 비싼 거죠. 인세 덕에 돈을 벌 필요는 없게 됐으니 자유를 얻게 됐고, 그래서 글 쓰는 것만 할 수 있게 됐죠. 내겐 자유가 가장 중요해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돈을 많이 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더 많은 돈을 번다. 일본의 작가 하루키 이야기다. 그런데 애초부터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작가가 되면 90% 이상은 춥고 배고프고 가난한 삶을 이어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시간이 하나의 단어가 되고, 문장으로 연결되어, 결국 좋은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고통이나 결핍이 필수적이니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여유로운 상황에서는 좋은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 이는 좋은 글을 독자의 공감을 자아내는 글이라 본다면 안타깝게도 세상의 대다수 사람들이 쉽지 않은 삶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경제적 자유가 곳곳에서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코로나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한 무제한 양적 완화가 진행되며 곳곳에서 자산 가치가 폭등했다.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 등이 매일 같이 전고점을 갱신하며 하늘로 치솟았다. 그러다 작년에는 인플레를 잡기 위한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시장은 큰 조정을 경험했다. 올해는 정점을 찍은듯한 인플레이션이 조금은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시장은 피봇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시금 반등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전처럼 경제적 자유가 회자되지는 않는다. 저점대비 20~50%에 가까운 반등이라도 여전히 고점 대비 50%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시, 하루키 이야기를 해보자. 하루키는 부자가 된 거 같다. 오늘 읽게 된 인터뷰는 2008년에 한 것이고 지금은 그때보다 더 유명해졌으니 더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다.
"인세는 달라졌겠죠?! 오른 인세 덕분에 부자가 됐나요?"
"돈 말하는 거죠? 맞아요. 꽤 올랐어요. 그런데, 믿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난 돈에 욕심이 없어요. 이런 평범한 옷과 자전거, 시계만 있으면 돼요. 이유 없이 비싼 건 좋아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를 위해서는 경제적 여유가 필요하고, 경제적 여유를 통해 갖고자 하는 것은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한한 인생의 타임프레임 위에서 두 가치를 저울질해보자면, 방점은 '자유'에 있다. 그러나 '결국'이라는 표현으로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경제적' '자유'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장에 찍힌 수많은 돈이 그 자체로 자유를 의미하지 않으며, 무한한 자유가 삶의 여유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돈의 인문학>을 읽고 비슷하게 적었듯 '경제적 여유를 갖게 된다면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돈이 하나도 없어도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하는 질문과 결국에 한 곳에서 만난다.
'기록 > 일상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에서 살지 그래 ⏐ 64 ⏐ 일상 에세이 (0) | 2023.03.16 |
---|---|
2022 연말 결산 ⏐ 62 ⏐ 일상 에세이 (0) | 2022.12.25 |
선택에 대하여 ⏐ 61 ⏐ 일상 에세이 (0) | 2022.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