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직장을 그만뒀다. 직장 생활과 프리랜서 생활을 오가던 나는 그렇게 다시 온전한 프리랜서가 됐다. 사실 오래도록 지금의 때를 기다려왔다. 직장인이 아니라 혼자서 나의 일을 하는 솔로 워커가 되기를 마침내 선택하는 순간을.
‘그래서 이제 뭐할거에요?’라는 질문에 ‘계획은 없고요. 일단 놀고 싶습니다.’ 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었던 내게는 이미 몇 가지 계획이 있었고, 그 중 하나는 나의 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꿈에 대해 파고들수록 ‘진짜 나만의 꿈’은 내게서 멀어져가는 느낌이었다. ’진짜‘ ’나만의‘ ’꿈‘이라는 단어에 대해 고심할수록 현실적인 대답은 요원해졌다. 꿈을 좇으려 할 수록 현실의 나는 자꾸만 삐걱거렸다.
결론적으로 내겐 ’진짜‘ ’나만의‘ ’꿈‘과 같이 평생에 걸쳐 이루고 싶은 특별하고 숭고한 삶의 목표 같은 건 없었다. 나는 그저 재미있고, 후회가 없으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게 꿈에 대해 고민할 때 나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었다. 그런 내가 한 걸음을 뗄 수 있었던 건 누군가의 응원 덕분이었다.
이런 저런 고민을 가득 안고 친구와 집 근처 바에서 넋두리를 늘어놓던 밤이었다. ‘(…) 그래서 고민이야.’ 하자 친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휘정아. 네가 무얼하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 말은 내가 무얼하든 응원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누군가 계속해서 꿈을 꿀 수 있는 건 그것이 간절한 자신만의 꿈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꿈을 믿어 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사실 꿈을 꾸는 이들은 그러한 믿음에 응답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꿈은 함께 만들어진다.
일상의 선택들은 3초의 법칙을 따른다는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과 선택은 정말이지 대략 3초만에 끝난다. 물론 대부분은 편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나 스트레칭을 하면 더 활기찬 아침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루의 아침이 단 한 번의 선택으로 결정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선택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 아침, 점심, 저녁을 이룬다.
연말이 다가오니 올해를 돌아보게 된다. ‘새해가 되면 아마 몇 가지 다짐을 담은 글을 쓰게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다 문득 3초의 법칙을 통해 새해 다짐이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다짐은 선택이 아닌 것이다! 새해 다짐이 보통 다짐을 하는 순간 무용해지는 이유는 바로 (우리의 다짐이 아무리 숭고하고 진실할지라도) 이러한 3초의 허들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초 안에 결정된 순간들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가 모여 한달이 되고, 한달이 모여 일년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갑자기 아찔했다. 오늘도 그닥인 선택들도 많이 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인간이라면 매번 좋은 선택만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고 스스로를 위로해보다 다행히도 선택의 기회는 매번 새롭게 주어진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됐다.
이렇게 적고 보니 하루를, 한달을, 일년을 살아가는 일은 하나의 상태가 아니라 매번 새로운 가능성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살아간다는 건 선택한다는 것이었고, 그렇게 선택된다는 것이었다.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을 하니 이내 또 다른 기로에 놓여있다. 그렇게 무수한 선택의 순간들 앞에서 나는 스스로를 더욱 믿기로 ‘선택’하기를 잊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지금에서 최선의 선택이라 믿기에.
어쩌면 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없었던 이유도 이러한 선택의 연속성 때문은 아니었을까. 꿈이란 완성된 인생의 로드맵이 아니라 가능성을 계속해서 선택하며 살아내야 하는 삶과 동의어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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