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함께한 베트남 여행을 마치고 발리로 넘어왔다. '한국에서 살지 그래.' 지인들은 자꾸만 나보고 한국에 들어와 살라고 말한다. 아마도 우리가 편하게 만날 수 있어서 일까? 아니면, 아직도 내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일까?
'대체 왜 나오고 싶어 했을까?' 그런데 사실, 이건 내가 진짜 궁금한 질문이 아니라 '왜 나가려고 해?'라고 묻는 지인들의 질문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그렇게 묻지 않으므로. 그래서 '그냥.'이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상대는 '뭐야'라는 표정을 지을 것이 뻔하므로, 어딘가 납득이 갈만한 합리적인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그리하여 내가 준비한 대답은 '그냥. 나답게 살면서, 일해보려고.'다.
이번에 출국을 하면서 두 권의 책을 가져왔는데 그 중 하나가 모배러웍스 <프리워커스>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목요연하게 생각이 정리되었다.
'일하는 방식을 실험한다는 건 들려도 되고 실패해도 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의심하고 질문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 우리다운 방식을 계속해서 발견해 나가는 일이다. 지금껏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에 물음표를 붙여보자. 당장 대답할 수 없는 물음도 있을테고 더 깊은 고민을 안겨주는 물음도 있겠지만 괜찮다. 그 물음들에 정답이란 없다. 부딪혀 보는 것 자체로 가치가 있다. 부딪히며 깨지기도 하겠지만 실험의 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우리의 실험을 살펴본 사람들이 자기만의 실험을 시작하고, 자기다운 방식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나답게 살면서, 내게 맞는 방식으로 일하는 삶을 지향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해보고 싶다. 당연한 것들에 그러나 내가 동의하지 못하는 것들에 조금 더 부딪히며 실험을 계속하고 싶다. 동시에 어정쩡하게 살고 싶지 않다. 믿음을 갖고 내 길을 걷고 싶다. 전심을 다해보고 싶다. 한국을 떠나온 내게는 그런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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