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삶을 하나의 여행에 비유하곤 합니다. 여행은 떠나는 것이죠.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죠. 살아간다는 것 또한 작은 생명으로 태어나 한 시대와 사회를 여행하고, 다시 돌아가는 일이기 때문일까요. 김영하<여행의 이유>에서 나오는 글귀를 읽다보니, 그러한 비유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 김영하 <여행의 이유> 중
여행을 떠나면 기대와 다른 현실을 발견하곤 합니다. 생각했던 것과 다른 새로운 현실을 보게 되죠. 그러한 새로운 경험으로 인해 우리의 생각과 마음은 미묘하지만 분명하게 달라지고요. 최종적으로 이는 새로운 나를 만드는 데 일조하게 됩니다.
한 번의 경험으로 인생이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의 우리는 작고 섬세한, 수 많은 경험들의 총합으로 구성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언뜻보면, 사소한 생각과 행동들이 결국 '지금의 나라는 존재'를 대변하게 되는 것이죠. 걷는 스타일, 밥을 먹는 습관, 잠 자기 전에 하는 행동 등 모든 것들이 실은 나라는 존재를 매일 같이 형성하고 또 구성하는 역동적인 요소들인 것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삶을 여행하듯 살아야 하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기대와 다른 현실을 받아 들이고, 그렇게 끊임없이 성장하고, 한참의 세월 후에 이를 떠올려 보기도 하다, 결국에는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 말이죠.
짧은 삶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온전히 알기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삶이란 그런 것이겠죠. 우리가 아무리 여행을 해도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것처럼요. 저는 여행하듯 삶을 살아가기로 한다는 말을 '덜 기대하고, 더 사랑하라'는 어느 잠언의 문구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합니다. 이전에 갖고 있던 낭만적인 기대를 이제는 내려두고 말이죠.
덜 기대하고, 더 사랑하기, 그렇게 여행하듯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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