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타인의 환대 없이 지구라는 행성을 여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낯선 곳에 도착한 여행자도 현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 중
우리는 지극히 연약한 상태로 지구라는 행성에서 태어난다. 이때, 갓 태어난 생명을 돌보는 보호자가 없다면 아이는 제대로 자라기 어렵다. 태어나면서부터 겪게 되는 무차별적인 환대, 아이러니하게도 이 세상에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환대를 우리는 태초에 경험한다.
물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자신의 아이를 몰래 내다 버리는 유기가 그중 하나다. 이유를 불문하고 아이를 유기한 부모는 사회의 비난을 면치 못한다. 연약한 생명을 유기하는 것이, 그렇게 아이를 품 안으로 환대하지 않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저버린다는 인식에서다. 환대는 사회를 이루는 기본 요소다.
여행 또한 마찬가지다. 낯선 땅에 도착한 여행자는 이러한 태초의 환대와 유사한 환대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그것이 꼭 직접적인 도움이나 환영의 행위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그 사회에 자유롭게 속할 수 있는 포용과 수용이라는 환대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여행을 계속할 수 없다.
점차 각박해져 가는 것만 같은 세상 속에도 여전히 이러한 환대의 가치는 우리 사회와 문화 속의 기본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대는 경험과 인식에 의존한다. 그것은 마치, 낯선 땅에서 여행자로서 환대를 받아본 이들이 자신의 나라를 찾은 여행자를 환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땅의 수많은 낯선 타자들을 환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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