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일 없을 때 건, 별 일 있을 때 건 나는 항상 온라인 상태다. 나와 연락 한 번 하지 않고 사는 사람도 나의 SNS와 프로필, 블로그를 보고 내가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있고, 나 또한 그렇다. 그렇게 인터넷 세상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수 많은 삶들로 시끌벅적하다.
온라인은 결코 멈춰서는 법이 없다. 그것이 온라인의 또 다른 정의다. 전원 차단, 배터리 방전, 접속 오류로 온라인 상태가 해제되기라도 하면, 온갖 축제가 벌어지던 현란한 세상은 일순간 깜깜한 무인도가 되고 만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크롬의 공룡 뛰어넘기 게임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신기록을 갱신해도 '의미'가 없지 싶은 건, 이를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온라인 세상은 가치의 의미를 새롭게 규정해냈다. 공유되지 못하고, 알려지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내면의 가치는 자기 PR을 하지 못하는 이들의 능력 부족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것은 마치, 알랭드 보통이 <불안>에서 지적한 것처럼 '능력주의 체제에서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이 더해지게' 되는 것과 유사한 일이다.
공유되지 못하는 삶, 공유하지 않아도 되는 내면, 공유할 수 없는 소중한 비밀. 어쩌면 그런 가치들은 온라인상에서는 인정받기 어렵지 않을까.
그렇기에 우리의 내면은 공허해져 가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보다 여유를 갖기 위해 찾는 온라인 공간에서 매번 초조해지는 이유는 아닐까. 보다 풍선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 더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들은 접속이 아닌 차단에 있는지도 모른다.
'기록 > 일상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는 서로의 환대에 빚지고 살아간다 ⏐ 일상 에세이 ⏐ 16 (0) | 2020.04.08 |
---|---|
걷기의 효과와 효능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 일상 에세이 ⏐ 13 (0) | 2020.03.30 |
여행을 떠나며 ⏐ 일상 에세이 ⏐ 12 (0) | 2020.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