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스페셜 리스트를 찾곤 한다. 해당 포지션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할 노동자를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담원은 상담 전화를 받아야 하고, 마케터는 마케팅을 해야 하고,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램을 짜야한다. 직업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 직업의 정의,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직(職)의 정의일 것이다.
그렇다면 업(業)은 무엇일까?
‘업(業)’은 힌두어로는 ‘karma', 라틴어로는 ‘mission’이라고 한다. (...) 업과 결합하는 단어는 무수히 많다. 세상에 태어나 자신의 업을 이루어가는 데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기 때문이다. (...) 사업, 생업, 주업, 부업, 과업, 잔업 등등 우리 삶이란 결국 자신의 업을 발견해가는 과정이 아닐 수 없다. - 직과 업의 차이, 이동규 칼럼
업(業)이 운명론적인 카르마나 미션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를 직과 비교해 보자면, 직은 타이틀이자 명칭이고, 업은 자신이 이뤄나가려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직과 업이 꼭 달라야 하는 건 아니다. 이는 다른 경우보다 같은 경우가 더 많기도 하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거나, 이를 아우르는 직이 아직 없어, 그 둘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래의 영상은 다재다능함(multipotentiality)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재다능한 사람들은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이에 파고든다. 그리고 대부분은 스페셜 리스트가 되지 못한 자신을 답답해하기도 한다.
나는 이 영상을 직이라는 타이틀에 종속되지 말고, 업을 통해 창의적인 직을 만들어 가라는 이야기로 이해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구분해야 할 건, 이러한 다재다능함과 '맛보기'는 분명 다르다는 것이다.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한 번 하는 식의 맛보기, 그리하여 얕은 수준의 지식과 실력이 아니라 여러 분야를 깊게 파고 들어 이를 '섭렵'하는 것이 이러한 다재다능한 '다능인'의 조건이자 능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이러한 관심사가 수 십개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므로, 지금의 스페셜 리스트보다는 넓은 범위 안에서 또 다른 스페셜 리스트가 되는 길이, '다능인'이라 하는 이들이 직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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