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는 일은 꼭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뉴스 댓글은 안 보는 게 더 좋다. 생각을 획일화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 기사가 생각의 프레임을 먼저 제한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그러한 프레임을 지적하는(혹은 더 나은 생각과 판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사 만큼이나 많이 노출되는 댓글은 그저 극단적으로 치우쳤을 때가 많다. 조중동이 나올 때, 한경오가 나올 때, 미통당, 더민주당이 나올 때 등등. 대부분의 댓글들의 반응은 포털 사이트 별로 정해져있다.
포털 사이트들은 이러한 댓글 섹션을 없애는 게 낫지 않을까? 얼마 전 다음은 연예인 기사에서 댓글 목록을 삭제했다. 악플로 연예인들이 받는 고통을 감안해서다. 정치나 사회 섹션도 댓글을 없애도 되지 않을까? 그곳에서 과연 얼마나 그럴싸한 디지털 민주주의 공론의 장이 펼쳐지는 것일까? 물론 포털 사이트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목적은 사용자와 플랫폼의 상호 작용을 통한 체류 시간 확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사만 보고 댓글은 보지 않는 것이다. 일본의 사상가 사사키 아타루는 뉴스 자체도 좀처럼 보지 않는다 말했다. 그의 책을 한 두 권 읽었던 적이 있는데, 이처럼 평이한 문장으로도 생각을 뒤흔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문장 중에서도 그는 내게 ‘정보는 명령이다’는 문장을 알게 했다.
정보은 명령이다. 정보의 과잉 시대. 정보 없이 살아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정보를 취사 선택하고 이를 판단하는 능력을 유지하려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댓글을 안보면 너무 궁금하겠지만, 이제까지 본 댓글 중에 보길 잘했다는 댓글도 손에 꼽으니 말이다. 정보를 필터링하는 능력 이전에, 정보 자체에 노출되는 정도를 선택하는 것도 이제는 중요해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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