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얼마나 큰 행복을 느끼고 싶냐고 묻는다면, 요가 매트만큼의 행복이라고 대답하겠다고 조금 전 요가 매트에서 운동을 하며 생각했다. 물론 나는 요가를 전혀 할 줄 모르지만, 플랭크를 할 요량으로 얼마 전 요가 매트를 구매한 바 있다.
지난 날 버거운 현실 속에서 가슴이 무거운 날이 올때면, 나는 운동을 하곤 했다. 운동은 언제나 외부에서 경험한 부정과 거절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게 운동이란 숱한 부정과 긍정 이전에 존재하는 나 자신을 재발견하는 일이었다.
몸과 마음이 유독 뻐근한 저녁. 요가 매트를 꺼내 운동을 했다. 뭉쳤던 몸이 풀리니 신기하게도 굳었던 마음도 조금씩 풀리는 거 같았다. 그러다 문득 요가 매트만큼의 행복이란 문구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요가 매트만큼의 행복이란 말은 요가 매트 크기만큼의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싱글 침대보다 작은, 플랭크를 겨우 할 수 있을만한 크기의 요가 매트에서 중요한 것은 매트의 크기가 아니라 그 위에서 재발견 하게 되는 나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요가 매트만큼의 행복은 바로 여기서 오는 일종의 존재론적 행복을 의미했다.
행복이란 외부 조건의 넉넉함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에 오롯이 존재하는 존재의 넉넉함에 달려 있음을, 좁은 요가 매트 위에서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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