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그리고 밀당
많은 연애 지침서들은 진심을 숨기고, ‘밀당’ 게임에 열중하라 부추긴다. 한동안 국내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존 그레이의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이러한 ‘경직된 사고’를 초래한 대표적인 경우였다. 마리 루티는 ‘사랑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남녀 관계나 연애에 관해 우리가 물려받은 경직된 사고’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남자와 여자
남녀가 현격히 다른 존재라는 주장은 대게 근거없는 생물학적 특성에서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아주 쉬운 예지만) 동성 간의 차이가 남녀 간의 차이보다 큰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도 성의 차이는 통치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마리 루티는 ‘성별에 따른 지침이 우리 문화에 너무 만연해 있어서 누구도 이를 피해가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지적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느 드 보부아르가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 지는 것이다.’고 말한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다. 여성이란 존재는 본래 그러한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유혹하는 대상, 매력적인 대상, 성적 대상으로 기능하도록 유도되는 것이다.
우리 문화는 진정한 사랑은 내 남자가 입을 열 때마다 하품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아내는 것이라 말한다. 진정한 사랑이란 희생과 타협을 배우고 썩 내키지 않을 때도 섹스를 해야 하며 불씨가 다 식어버린 뒤에도 욕망의 불을 지피기를 요구하고 있다. - 마리 루티 <하버드 사랑학 수업> 중
성숙해지기 위하여
성숙해지는 건 어렵다. 산책할 때 강아지 한 마리를 억지로 끌고 가는 것처럼, 서로에게 귀찮고 짐이 되는 답답한 관계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줄을 놓치면 큰일이 날 것 같아 조마조마하며 아무 것도 하는 이들에게, 그렇게 서로에게 종속되어 있으면서도 ‘싱글 보다는 낫지’ 생각하며 자위하는 이들에게, 이처럼 서로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관계에 대해, 하버드 교수 마리 루티는 ‘당장에 헤어지라’ 조언한다. 그녀는 헤어짐이야말로, 성숙해지는 일이라 말한다. 또한 답답하고, 서로에게 해가 되는 관계를 즉각적으로 청산 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롭다 말한다. 언뜻보면 냉정한 말 같지만, 사랑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때로는 그 관계의 형태와 양상을 곰곰이 살펴볼 필요가 있는 법이다.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어떻게 떠나 보낼 것인가
이 책은 사랑하며 마주하는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답해보려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사랑을 성찰하고, 더 깊은 사랑을 하기 위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하버드에서 몇 년간 <사랑학 수업>을 해 온 저자는 '남녀가 서로 다른 별에 산다는 말이 지긋지긋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사고방식'을 제시한다. 사랑에 방법이란 없다고. 환상에서 깨어나는 것이 사랑의 시작점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의 기술>을 쓴 에리히 프롬의 말을 인용해 둔다.
성숙한 사랑은 인간의 완전성, 곧 개체성을 유지하는 상태에서의 합일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사랑은 능동적인 힘'이다. 이는 벽을 허물과 타인과 합일시키는 힘이다. 사랑은 고독감과 분리감을 극복할 수 있게 하며, 각각의 개체성을 유지하여 스스로의 안전성을 유지시킨다. 사랑은 수동적인 격정이 아니라 활동이다.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며, 빠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사랑은 본래가 주는 것이며 받는 것이 아닌 것이다. 어떤 사람이 타인에게 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의 기쁨, 자신의 관심, 자신의 이해, 자신의 지식, 자신의 유머 그리고 자신의 슬픔이다. 자기 자신속에 살아 있는 것을 주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삶을 줌으로써 타인을 풍요롭게 하고, 자기 자신의 생동감을 고양함으로써 타인의 생동감도 고양시킨다. -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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