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에 혼자서 요가를 했다. 전에 정말 친절하게 요가를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으로부터 배웠던 자세들을 조금씩 떠올리며, 뻐근한 몸을 어찌해보려 애썼다. 요가를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작은 스탠드 불빛 하나와 매트 하나만 있으면 됐다. 한밤의 요가를 마치고 나니 문득, 집 안의 물건들 대부분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2. 매일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급했던 마음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최소한의 공간에서 최대한의 깊이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요가는 글쓰기와 닮았다. 늦은 밤, 작은 종이 위에 연필 하나를 쥐고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3. 나조차도 믿기지 않지만,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기도로 하루를 마감했던 시절이 있었다. 형식적인 경건을 표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러한 삶의 태도가 가져다주는 깊이 있는 삶을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4. 마음이 공허해질 때, 이를 달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다. 1) 공허한 마음을 무언가로 채우거나, 2) 한층 더 깊어지거나. 물론, 전자가 더 쉽고 익숙한 처방책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필요'를 느끼면 무언가를 새롭게 구매하는 '소비'라는 습관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공허함을 반복적으로 느끼게 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5. 비어있는 것 같다는 인식, 즉 공허함을 느낀다는 건 그러니 무언가로 그 공간을 채워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 수 있다. 그것은 오히려 피상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공간에 이렇다할 깊이가 없다는 인식으로 마땅한 무게를 갖지 못한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일 수 있다. 아무리 달래보아도 달래지지 않는 공허함을 마주하고 있다면, 깊이가 필요한 것일 수 있다. 그럴 때는 많은 무엇들로 마음을 꽉 채우려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 한 가운데로 깊이 사랑하는 것들을 다시 끌어와야 한다. 선택의 폭은 다소 제한적이다. 시공간의 제약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결코 깊은 깊이와 넓은 넓이를 모두 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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