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균형을 지향하는 존재다. 적절함, 이라는 상대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절대적인 기준점을 지향하는.
대학에 다니던 때, 나는 공부보다 여러 사상과 철학에 빠져 그것들을 골똘히 생각해보기를 좋아했다. 사상가와 철학가들은 저마다 하나의 삶을 관통하는 진리를 주장하곤 했다. 그것들이 한편으로는 맞고 한편으로는 틀렸다는 걸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내가 앎이라는 정신적 활동에 몰입하는 동안 그토록 불행했던 적은 내 삶에 또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대인기피증에 걸린 것처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했고, 수많은 대학 동기들의 바깥에서 아싸가 되어 서성거리곤 했다.
전환점은 영국으로 떠난 워킹홀리데이였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진정한 몸의 자유라는 것을 맛보았고, 동시에 정신의 자유 또한 몸과의 균형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쁘게 흘러가는 고단한 외국인 노동자의 삶은 '무엇'이 아닌 '실재'였다.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을 모두 해결할 필요는 없었다. 대답은 균형 속에서 예기치 않은 순간에 흘러나오곤 했다.
몸이나 정신의 활동이 한 쪽으로 과도하게 쏠려 피로감을 느낄 때면, 건강한 삶을 위해 그 둘의 균형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떠올린다.
'기록 > 일상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에 대한 글쓰기, 그 자체가 의미있는 이유 ⏐ 일상 에세이 ⏐ 39 (0) | 2021.06.02 |
---|---|
운동의 시대는 여전히 유효한가 ⏐ 일상 에세이 ⏐ 37 (0) | 2021.05.26 |
스마트폰 중독과 과다한 인풋 ⏐ 일상 에세이 ⏐ 36 (0) | 2021.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