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에서 4박 5일 여행을 마치고 발리로 넘어왔다. 아침 7시 50분 비행기였는데, 전날 늦게까지 밤을 지새우다 쓰러져버린 나는 그만 6시가 넘어서야 눈을 떴다.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그랩을 잡고 공항에 갔다.
호치민 공항은 처음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가서 보니 이제껏 여행을 하며 몇 번 들렀던 공항이었다. 보딩 패스를 받고 탑승 수속을 위해 줄을 섰는데 게이트로 들어가기까지 자그마치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사람들도 너무 많았을뿐더러, 사람들이 빠지는 속도도 너무 느렸다. 겨우겨우 모든 관문을 통과하고 게이트를 향해 걷기 시작하니 7시 40분이었다.
발리로 가는 내 비행기는 게이트 12번에서 출발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막상 도착하니 문이 닫혀 있었다. 음... 정말 당황스러웠는데, 출발 10분 전인데도 게이트를 열지 않았나? 싶었다가 게이트 앞에 직원이 한 명도 없는 걸 보고 설마 탑승이 마감됐나 싶었다. 보딩 패스에는 15분까지 탑승을 마치라고 되어 있었기에.
벤치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인도인 커플에게 가서 발리로 가냐 했더니 그렇단다. 휴, 그럼 아직 안 열린 거구나? 했더니. 자기들은 나보다 2시간 뒤에 출발하는 비행기라고 했다. 시간은 이제 7시 50분이었고, 활주로에서 동일한 항공사의 비행기들이 이륙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국제 미아가 되는 건가?
보딩패스에 있는 고객 센터로 전화를 걸어도 없는 번호라 하고, 옆 게이트에 물어봐도 우리 항공사가 아니라 모르겠다고 하고, 시간은 이미 지나버렸고. 헛웃음이 나왔다가 뭐라도 해봐야겠다 싶어 면세점에 가서 다짜고짜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냐고 물어봤다. 사실, 그분들도 잘 모르는 게 당연해서 나보고 내가 떠나온 게이트로 다시 가시면 된다고 말할 뿐이었다.
망했구나. 그냥 오늘 하루는 여기서 묵으면서 노숙이나 해야겠다라는 생각에 게이트로 다시 내려가는데 항공사 직원을 만났다. 아니.. 저기요? 하며 내 티켓을 보여줬더니 게이트가 바뀌었다고 한다. 아무리 찾아봐도 전광판에는 내 항공기가 보이지 않았고, 방송조차 없었는데? 그러더니 빨리 20번 게이트로 뛰어가라고 하신다.
정말이지 500미터는 족히 되는 거리를 숨도 안 쉬고 뛰었다. 제발 저 좀 태워주세요, 좀 더 열심히 살게요. 저기요, 선생님들, 잠시만요! 그렇게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무렵 게이트가 보였고, 항공사 직원들이 나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나는 발리로 가는 비행기의 마지막 탑승객으로 기내에 올랐다. 다행히도 좌석이 붐비지 않아 무려 세 자리를 혼자서 넉넉하게 쓸 수 있었다. 발리에 갈 수 있게 되었구나. 깊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온몸에 땀이 주르륵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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