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에 일어나 꾸따 비치에 서핑을 하러 갔다. 처음 서핑을 할 때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내게 맞는 파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최적의 파도에 최선을 다해 일어나자고. 그러나 이번에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내게 100% 맞는 파도는 없다고. 파도가 어떻든 간에 모두 탈 수 있어야 서퍼인 것이라고. 그러니 그저 기다리지 말고 다가오는 파도에 맞게 일어서는 법을 배우자고.
서핑을 마치고 와서는 일을 하고, 낮잠을 푹 잤다. 저녁에는 노마드 커뮤니티 사람들과 약속이 있어서 짱구에 갔다. 그토록 만나보고 싶던 파운더님을 만났는데 생각대로 역시나 쿨하시고 자유로운 분이었다. '서울에 있는 집과 짐을 모두 정리하고 나왔어요.' 했더니 '진정한 노마더시네요.'라고 하셨다. 아아, '홈리스'가 아니라 '노마더'라니! 삶은 바라보는 가치관에 따라 전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에서 함께 발리에 오신 커플 두 분과 함께 넷이서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노마드 하우스에 방문해 구경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돌아오는 길에 비가 엄청 내렸다. 요즘 우기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정말이지 엄청나게 비가 내렸다. 옷이 흠뻑 젖은 것은 물론 도로에 물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문닫은 한 가게 앞에서 30분 가량 비를 피해봤지만 도저히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우의를 사서 입고 다시 시동을 걸었다. 헬멧을 쓰면 헤드라이트가 반사되서 앞을 볼 수 없었고, 쓰지 않으면 비가 얼굴을 때렸다. 바이크 바퀴가 반쯤 물에 잠겨서 브레이크를 잡을 때면 미끄러지는 게 느껴졌고, 하필 신고 있던 운동화에는 물이 가득 찼다. 천천히 속도를 낮추고 조심스레 달렸다. 네비게이션도 볼 수가 없어서 이 길이겠거니 해서 달리다가 여기저기 헤맸지만, 결국에 무사히 잘 돌아왔다.
이제 발리 생활도 며칠 남지가 않았다. 거처를 떠나 여기저기 참 열심히도 움직였다. 무언가를 찾기 위해. 또 무언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놓쳐버린 소중한 기회도 있고, 다시 없을 기회를 붙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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