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바이크를 타고 스미냑 비치에 갔다. 일출 시간은 이미 놓쳐버렸지만, 내일 모레 우붓으로 떠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바다를 봐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나는 왜 스미냑 비치가 그토록 좋은 것일까. 스미냑 비치는 언제라도 그냥 가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너무 좋다.
아침 비치는 다소 한산했다. 러너 몇명과 서퍼들. 물놀이 하는 어린이들. 카페에서 아침을 먹는 이들. 그리고 가만히 바다를 응시하는 이들. 바다는 모두에게 열려있다. 깊게 또 멀리 나아가면 더는 친절하지 않은 바다지만, 해변가의 바다는 모든 낭만을 투영하기에 충분히 넓고 넉넉하다.
어제 저녁에는 의류 사업하는 친구를 다시 만났다. 저번에 펍에서 술을 얻어 먹은 게 마음에 걸렸는지 저녁을 사주겠다고 했다. 시시 레스토랑에 갔다. 웬만하면 여기서 만나는 현지인 친구들에게 밥을 사는데(인도네시아 평균 월급은 70만원 내외) 사업을 하는 친구여서 형편이 다소 넉넉해 보였기에 마음 편하게 얻어 먹을 수 있었다.
저녁을 먹은 다음 한 잔 더 하기 위해 펍에 갔다. 에어컨이 없어서 굉장히 후텁지근한 곳이었는데, 내부 인테리어와 특유의 음악 선곡이 인상 깊은 곳이었다. 다만, 이제는 나이가 들었는지 밤 늦게까지 놀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숙소에 가서 편하게 쉬고 싶었다. 위스키 한 잔을 시키고 대화를 조금 더 나누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좋은 한국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나도 고마웠다. 일이 엄청 바빠 보였는데, 다시 못 볼 수도 있을 거 같은 나를 애써 시간을 내서 만나주어서. 그런 만남에 굳이 시간을 할애해주어서. 서른이 넘어가면 애써 시간을 낭비하고 싶어하지들 않는다. 내게 필요한, 내게 맞는 사람들만을 만나기에도 시간과 에너지가 빠듯하다고 느끼기에. 그런 와중에 좋은 인연을 만난다는 건 참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곧 녜피 데이(Nyepi Day)가 시작된다. 녜피 데이는 인도네시아 최대 홀리데이 중 하나인데 밖에 나갈 수도, 마음대로 불을 켤 수도, 시끌벅적하게 떠들 수도 없는 침묵의 날이다. 발리의 모든 섬에서 인간이 활동을 멈추고 오직 자연의 섭리만이 섬에 가득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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