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발리의 녜피 데이(Nyepi Day)다. 녜피 데이는 발리의 새해 기념일이자 침묵의 날인데, 활기차고 시끄럽게 새해를 기념하는 다른 문화와 달리 발리는 완전한 침묵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새해를 기념한다. 녜피 데이 당일에는 섬 전체의 모든 상점들이 아침 6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문을 닫는다. 누구도 거리에 나갈 수 없고, 항공기도 운행하지 않는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포함하여 발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거처에 조용히 머물러야 한다. 녜피 데이 당일 발리 섬 전체는 거대한 침묵에 휩싸인다.
관광이 주 수입원인 발리에서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모든 외부 활동을 멈추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들은 녜피 데이 전날 오고오고(OgohOgoh)라 하는 악령의 모습을 한 거대한 종이 인형을 만들고 음악과 함께 해변을 행진한다. 그런 다음 이를 불태우는데 발리 섬에 질병과 불행을 가져다줄 악령이 추방될 것이라 믿는다. 녜피 데이는 발리 섬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의식의 일부인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발리의 오래된 전통에 따르면 악령들은 고통을 줄 식민지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떠돈다. 그리하여 발리 사람들은 녜피 데이 전날 무척 떠들썩하게 축제를 벌여 악령들의 주의를 끄는데, 적장 악령들이 발리에 도착한 다음날에는 거리에 사람들이 하나도 없어 괴롭힐 존재가 없다고 판단하여 발리를 떠난다고 믿는다.
녜피 데이 기간 동안에는 다음 네 가지 수칙을 지켜야 한다.
- Amati Geni: 불을 피우거나 조명을 사용하거나 즐겁게 식욕을 만족시키는 것을 금지.
- Amati Karya: 영혼의 정화 및 갱신에 전념하는 것 이외의 모든 형태의 육체 노동을 금지.
- Amati Lelungan: 이동 또는 여행 금지. 집 안에 머물러야 함.
- Amati Lelangunan: 모든 형태의 오락과 유흥을 금지.
허허. 바깥으로 나가지 말라는 것을 빼고는 모든 수칙을 어긴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뒤늦게나마 작은 조명만 남기고 불을 껐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호텔 관리자가 모든 방에 노크를 하며 방문해 불을 꺼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사방이 어둠에 잠기고 침묵이 감도는 밤. 숙소의 발코니로 나와 올려다 본 하늘에서 아름다운 별들이 빛나고 있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이제 노트북을 덮고, 휴대전화도 잠시 내려두어야지.
참고로 녜피 데이 다음 날에는 가족, 이웃, 친척을 방문하여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가족과 친구들은 과거의 잘못을 서로에게 고백 및 용서하고 새로운 새해의 시작을 함께 축하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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