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휘입니다. 오늘은 번역가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실력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실력이라 하니 어딘가 어감이 이상하기도 한데(저만 그런가요?) 여기서는 실무적 능력이라고 이해해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구글링
제 생각에 꽤나 중요하지만 간과되는 실력이 바로 구글링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 일을 하다 보면 잘 알지 못하는 전문 용어나 관용 표현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구글링입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나 다음을 많이 이용하시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어가 아닌 외국어 관련 검색에는 구글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구글링 실력은 어느 업체에서도 테스트하지 않지만, 대부분 혼자서 일해야 하는 프리랜서 번역가에게는 이러한 구글링 능력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글링은 단지 검색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능력이기도 한데요. 프리랜서 번역가로 장기적으로 일하기를 원한다면 꼭 필요한 실력과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독해력과 문맥 파악 능력
번역가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바로 독해력과 문맥을 파악하는 능력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첫 번째로 적지 않은 이유는 너무 뻔한 이야기 일 거 같아서였습니다... 어쨌거나...) 번역은 문장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문맥을 파악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응, 그래.'라고 긍정적으로 대답했지만, 그것이 빈정대는 맥락에 있었다면 이를 '아무렴.'과 같은 식으로 번역할 수도 있겠죠. 물론 이는 미묘한 차이이지만 이러한 미묘함들이 쌓여 결국 전체적인 번역의 퀄리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요.
출발어와 도착어의 문화 차이
20대 시절 영국 런던에 1년 간 머물렀던 적이 있습니다.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여 숙소로 가는 길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지하철 탑승구 바닥에 쓰여 있던 'Mind the Gap' 이라는 문구였는데요. 런던의 지하철은 탑승구와 지하철 사이의 폭이 넓은 경우가 많아서 자칫하다가는 발을 빠질 수도 있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차이(gap)가 곧 문화 차이라고 느꼈습니다. 한국이었으면 분명 민원이 제기되었을 거고, 탑승 폭을 좁히려는 조치가 있었을 텐데 그곳의 사람들은 발아래를 주의하면서 다니더군요.
말이 길었습니다만, 번역에서도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런던에 있으며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건 한국에서는 지하철에서 거의 대부분 스마트폰을 하지만, 이곳에서는 많은 이들이 책을 보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가 이들이 독서를 더 좋아해서일 수도 있지만, 당시 런던 지하철에서는 와이파이는 물론이고 데이터가 잘 터지지 않았거든요. 어쩔 수 없이 가만히 있기는 지루하니 책을 볼 수도 있는 것이었죠. 번역가에게는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여 각 번역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외국어 실력과 도착어 작문 실력
이건 번역과 외국어 실력 글에서도 잠깐 이야기한 것인데요. 번역을 위해 필요한 외국어 실력은 '문장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 정도'라고 정리해봤습니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게 바로 도착어 작문 실력인데요. 결국, 동일한 텍스트를 다르게 번역하는 것은 각 번역가들의 특성과 실력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멋진 문장이라도, 구글 번역기를 돌리면 맥이 빠지는 때가 많죠. 이럴 때, 중요하거나 핵심이 되는 문장들을 도착어로 잘 살려내는 작문 능력이 있다면 빛을 발할 것입니다.
캣툴 사용 능력
캣 툴(Compute-Assisted Translation Tool)은 번역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인데요. 기존에 자신이 번역했던 글들을 번역 메모리(TM)에 저장해두었다 표시해주거나, 미리 지정해둔 스타일 가이드를 상황에 맞게 제시해주는 아주 편리한 도구입니다.
보통의 캣 툴은 구글 번역과 같은 자동 번역 기능도 보통 탑재하고 있는데요. 최근의 번역은 대부분 이러한 캣툴을 사용해 진행 및 관리가 되고 있기 때문에 번역 업체들도 일을 시작하기 전에 캣툴 사용 능력을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리랜서로 일한다면 본인만의 캣툴을 구매해야 할 수도 있으며, 또는 각 기업에서 자신들의 온라인 캣툴을 지원해주기도 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번역에는 정답이 없죠.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실수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인간적인(?) 번역 일을 계속하려면 중요한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주로 기술 번역을 했는데요. 기술 번역의 경우에는 해당 기업이 원하는 방식으로 번역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번역 스타일 및 특성과 기업이 원하는 결과물의 접점을 만들어가는 것이었는데요. 또한 피드백이 오거나 일정이나 업무를 원활하게 조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프리랜서 번역가들은 매니저나 업체와 직접 대면하지 않고, 대부분의 업무를 메신저나 이메일로 진행하기 때문에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임감
마지막으로 책임감입니다. 제게 번역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 중에는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저를 믿고 모든 것을 맡기는 상황이 꽤 있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서비스나 제품이 출시되면 번역의 퀄리티를 알겠지만, 저는 모든 일을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제가 번역한 아티클과 웹사이트 트래픽이 다른 언어에 비해 많이 높은 편이라며 점점 더 많은 일을 제게 맡기더군요.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게 일하다 보면 결국 좋은 결과물이 나올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관련 업계에서 계속해서 일을 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번역가에게 필요한 실력들에 대해 이야기해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번역가의 수입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번역 관련 글 보기
'기록 > 번역 이야기(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번역 이야기] 5. 번역가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요? (0) | 2021.11.09 |
---|---|
[번역 이야기] 3. 번역과 외국어 실력 (0) | 2021.09.05 |
[번역 이야기] 2. 직역과 의역 중에 어떤 번역을 해야 할까요? (0) | 2021.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