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노래들이 있다. 자극적이지 않은 노래, 그렇다고 축 처지지도 않는 노래. 마음을 담아 사랑과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래. 내겐 Hillsong <Oceans>가 그렇다.
2. 좋은 작품은 언제나 사랑과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말을 얼마나 많이도 되뇌었는가. '사랑. 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꿈. 그럼에도 불구하고..'
3. 얼마전 스스로에게 물은 적이 있다.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가?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정말이지 사랑과 꿈을 가진 (적어도 이를 좇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착각이었다. 아무것도 진실로 사랑하지 않고 있었고, 아무것도 진실로 꿈꾸고 있지 않았다. 어쩌면, 등 떠밀려 그냥 그렇다고 말하고 있었다.
4. 지난 몇 년 간 앞만 보고 달려온 나. 많은 것을 저버렸다. 사랑, 믿음, 신뢰, 꿈, 따뜻함, 겸손함, 친절함. 그 자리를 이성, 시스템, 데이터, 현실, 돈, 무관심, 개인주의로 채웠다. 그 결과 원하는 것들을 갖게 되었으나 원한다고 해서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잃었다.
5. 얼마 전 '두려워 하는 게 뭐에요?'라는 질문을 받고서는 울컥할 뻔했다. '저는 관계 맺는 것이 두렵습니다.'
6. 그런 내게도 다시, 조그만 마음가짐이 싹트고 있다. 토양이 좋질 않아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하는 어린 마음이 힘겹게 성장을 위해 분투한다.
7. 당근 마켓에서 식물을 한껏 구매한 적이 있다. 새롭게 이사한 곳에서 식물을 키워볼 마음으로 이름도 잘 모르는 식물들을 어느 동네 주민으로부터 여럿 구매했다. 개수는 많았지만 이 집에 실려오기 위해 분갈이를 막 마치고 난 작은 식물들이었고, 그중에 몇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시들어갔다. 판매자 분께서는 식물이 잘 적응하지 못하는 거 같다며 수경 재배를 권하셨다. 흙을 들어내 보니 뿌리 부분이 썩어가고 있었다. 과감히 썩은 부분을 잘라내고 나머지 부분을 깨끗이 씻어 병에 옮겼다. 팔뚝만 했던 식물은 잎이 다 떨어져 나가고 뿌리마저 잘려나가 정말이지 손가락 하나 길이 정도가 되어 있었다. 솔직히 말해 '그냥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며칠이 지나자 작은 줄기에서 푸른 싹 하나가 나왔고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손톱만한 잎들이 힘차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8. 뿌리가 깨끗해야 잘 자랄 수 있다. 뿌리가 썩지 않으려면 토양이 비옥해야 한다. 아무리 물을 제때 주고, 햇볕을 잘 쬐어주고, 환풍을 잘 시켜주더라도 보이지 않는 중심에 문제가 있다면 식물은 결코 잘 자랄 수가 없다.
9. 사랑과 꿈에 대해 이야기하면 무엇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반복하며 다시 시도하려고 하면 무엇하나. 애초부터 마음 한가운데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던 사랑과 꿈이었거늘.
10. 아직 늦지 않았다고 믿어본다. 조금 멀리 돌아왔을 뿐이라고. 그리하여 오늘 밤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게 된다. '부디 내게 비옥한 마음을 허락하시옵소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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