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너도 알다시피 살아가며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만을 하기에도 시간은 부족해. 그러니, 싫어하는 일과 사람에 대해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느라 전전긍긍하지 않았으면 해. 물론, 그런 우리에게 참을성 없고 인내심 없는 MZ 세대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도 있겠지. 그치만 그렇다고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시대가 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대도 아니잖아? 세상은 변했고,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고, 우리 또한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잖아. 더는 성실하게만, 착실하게만 살아서는 절대 중간도 될 수 없어. 그런 순둥이들은 바보 취급을 받기 십상이지.
아닌 거 같다면, 박차고 나오자. 조금 더 용감해지자구.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 거야?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거야? 어쩌면 더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몰라. 인생 모르는 거잖아.
참, 요즘 그런 말 있던데, '괜찮아. 죽으면 돼.' 난 그 말이 참 슬프면서도 공감이 많이 되더라. 어쩌면, 살아가는 일보다 죽는 게 더 쉬울 거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잖아. 요즘의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러니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해보는 거 같아. 죽음은 두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죽은 다음에는 아무런 고민과 고통이 없지 않을까? 물론, 너무 많은 죄를 지었으면 지옥에 가서 영원한 고통을 받는 다는 어느 종교의 세계관이 생각나기도 한다만, 그건 적어도 우리에겐 너무한 판단이 아닐까?
요즘의 나는 자주 눈을 감고, 깊은 심호흡을 하고, 주변의 작은 소음에 귀를 기울이곤 해. 그것이 내가 지금, 여기에 살아 있구나를 느끼며 존재를 재감각하는 방법이거든. 상황은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어도 마음은 편해지더라.
사랑하는 친구야. 네 도전을 응원해. 새로운 직장 생활이 쉽지는 않지? 믿었던 팀장이라는 놈이 한다는 말이, 그래서 어쩌라고요?라는 개소리일 때 정말 어이가 없었지? 그래서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조퇴를 하고 나왔는데 말야, 다음 날 다시 회사로 출근해서 고개를 조아리며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 그지 같지? 조금 넓게 보면 참, 팀장이라는 사람도 안타까워. 저 사람도 얼마나 승진이 갈급했으면, 얼마나 조급하고, 이기적이면, 저렇게 아랫사람들을 짓밟으며 성과를 내려할까.
친구야, 우리 인생에 현타가 올 때마다 창백한 푸른 점을 생각하자. 그리고 어깨를 조금 더 펴고, 얼굴에는 조금 더 미소를 지어보자. 정말 아닌 거 같으면 그만 두고, 대책없이 오랫동안 마음 속에 꿈꿔왔던 일을 시도해보자. 여건이 된다면, 현명하게 욕심도 부려보자. 인생의 모토를 말야, 돈을 많이 벌자가 아니라 후회없이 재밌게 살자로 삼아보자. 조금 더 여유럽고 넉넉한 사람이 되자. 적어도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말야.
J야 사랑한다. 그리고 네 모든 선택을 열렬히 응원한다. 무엇보다도 무탈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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